IT 정보통신

인터넷종량제 ‘3社3色’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7 12:49

수정 2014.11.07 19:31



초고속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국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빅3’인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의 고민도 각양각색이다.

선발사업자인 KT는 최고경영자(CEO)가 초고속인터넷 종량제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2위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은 KT주장에 동의하지만 앞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콤은 1, 2위 사업자가 종량제 기틀을 만들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KT, 반대 여론 어찌하오리까= KT는 사장까지 나서서 현행 초고속인터넷 요금제 개선의 필요성을 설파했지만,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어 고심이다. 이용경 KT사장은 최근 개인 블로그에 “수입정체 상황에서 트래픽은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전면적이 아니면 일부라도 종량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미 당론을 ‘종량제 반대’로 정했으며,인터넷 이용자들은 KT가 종량제를 도입할 경우 KT 그룹이 제공하는 모든 통신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을 까지 벌일 태세다.

KT관계자는 7일 “수면위로 드러난 종량제 도입 논의를 철회할 수 없고, 또 종량제 도입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는 상황에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지도, 맞서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셈이다.

KT의 또 다른 고민은 초고속인터넷 종량제가 핵심 컨버전스 사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 종량제가 도입되면 네트워크 트래픽이 줄고 요금은 올라가겠지만, 고객들의 소비 심리 감소로 홈네트워크·미디어·디지털콘텐츠 등 KT의 ‘미래전략 2010’에 담긴 주요 사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와 관련 KT 요금전략팀 최영익 상무는 “현재 종량제와 관련된 내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도 ‘표심’을 겨냥해 종량제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경우 KT로서는 성과없이 몰매만 맞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로·데이콤 “형님이 먼저 매를…”=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종량제가 필요하다는 KT의 입장에 ‘소리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KT가, 데이콤은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종량제 도입에 있어 선봉 역할을 해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도 마찬가지로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 트래픽 증가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이 나서서 종량제를 외칠 경우 회사 이미지 실추로 인해 자칫 비싼 대가를 치른 두루넷 인수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고위관계자는 “선발사업자인 KT와는 달리 하나로텔레콤은 여론과 부딪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종량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데이콤도 종량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오는 7월부터 파워콤과 협력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발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데이콤 컨버전스사업팀 김선태 상무는 “종량제 틀은 시장규모가 큰 KT나 하나로텔레콤이 마련할 것”이라며 “데이콤은 양사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대응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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