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국 IDB 회원 가입]200억弗 중남미조달시장 교두보 확보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7 12:49

수정 2014.11.07 19:31



오는 1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한국 금융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행사가 열린다.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바로 그것. 한국은 이날 총회에서 IDB의 정식 회원에 가입하게 된다. IDB는 ‘이머징 마켓’인 중남미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지역 개발금융기구다.

이번 IDB가입으로 삼성 LG 현대 SK 등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2조달러가 넘는 중남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우리기업들은 IDB의 자금지원과 협조하에 중남미 지역의 사회간접자본시설(SOC)및 대형 플랜트 건설, 통신망 확충, 수출 등 다방면에 걸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DB 가입과정=그동안 우리 정부는 IDB의 회원국이 되기 위해 정치·외교 등 전방위 분야에서 안간힘을 써 왔다.
우리나라가 IDB가입에 착수한 것은 지난 79년, 이미 25년전 일이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브라질 등 역내 회원국들이 신규 회원가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등으로서는 대형 건설시공 경험이 풍부하고 추진력이 강한 한국의 기업들이 몰려 올 경우 자국 기업들의 입지가 위태롭게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수출입은행 등 실무기관들은 포기하지 않고 IDB핵심 관계자들을 계속 접촉하는 등 물밑작업을 시도했다. 이런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9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3차 IDB실무회의에서 당당히 회원국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이로서 한국은 세계 5대 국제개발금융기구에 모두 가입하게 됐다.

◇IDB가입의 의미=지금 각국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IDB회원에 가입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 동원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IDB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개발은행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연간 대출 승인액이 지난 99년 기준 50억달러인 반면 IDB는 95억달러로 거의 두배에 달했다. 또 실제로 자금대출이 이뤄진 대출지급액을 보면 IDB가 84억달러로 세계은행의 대(對) 중남미 대출지급액 64억달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IDB 차관조달시장 규모는 연간 대출지급액의 2배 규모인 약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DB가입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차관조달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IDB는 회원국가에 한해 프로젝트 정보를 공유하고 또한 공사도 회원국 기업들에만 발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프로젝트 개발단계에서부터 회원국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어 IDB 회원국이 아니면 공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결국 IDB가입이 중남미 진출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IDB는 회원국을 모두 동등하게 대우한다. 회원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공정하게 낙찰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 중남미 수출증가율은 1%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은행을 통해 중남미 조달사업에 참여해 올린 수출 계약고는 연평균 4%를 넘을 정도”라며 지역개발은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기업 중남미 진출 ‘봇물’ 전망=IDB가입으로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가 확보됨에 따라 우리기업들은 IDB의 차관을 도입해 중남미 대형 SOC와 플랜트사업, 통신망 구축에 본격 참여하게 된다.

특히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LG전자 등 이미 중남미 프로젝트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현지 경험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시장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업체들은 벌써부터 기업 해외홍보에 발벗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부터 사흘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IDB 연차총회에 맞춰 오는 11일 오전 오키나와 라구나가든호텔에서 한국 기업 설명회(IR)를 갖는다.

‘한국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주제로 열릴 이번 IR에는 한덕수 경제 부총리와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이 참석해 한국경제 현황과 전망, 경제·산업협력 가능분야를 밝힐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한국전력, 포스코 관계자가 참석해 자사의 중남미시장 진출 전략과 주요 관심분야를 발표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현대차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대중교통 현대화 프로젝트를 수주, 공사를 진행 중이며 SK㈜는 페루의 카미시아 가스전 개발사업, 현대엔지니어링은 온두라스의 지방배전망 개선사업, 삼성물산은 파나마 의료보건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각각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은 목재, 광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역이지만 그동안 자금융자가 어려워 현지진출이 지지부진했다”며 “그러나 이번에 IDB차관을 도입할 수 있게 돼 한국의 건설, 중장비, 무역업체들이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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