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정부의 집값 ‘립서비스’/김재후기자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8 12:49

수정 2014.11.07 19:29



“서울 강남 집값은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하락하는 것이다.”

주택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부처의 담당국장이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말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라”는 조언까지 했다.

그는 또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에 대해 “중개업소들이 (개발이익 환수제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 가격 하락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집값 인상을 부동산 중개업소 탓으로 돌렸다. 경기 분당의 집값이 판교 여파로 오르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병행입찰제가 시행되면 거품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런 주무부처 국장의 인식은 현실과 너무 다르다.
‘강남 집값이 사실상 하락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거나 그렇게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취재 일선에서 만난 아파트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정책 입안권이 없는 기자에게까지 ‘제발 집값 좀 잡아달라”고 하소연이다.

요즘 정부 담당자의 안이한 ‘립서비스’ 자세는 지속적인 집값 인상을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의 불안을 더 키울 뿐이다.

실제로 한 정보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2.65%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1.5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8.73%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변동률(4.21%)의 배를 넘었다.

이러한 일선 관료의 현실인식 수준은 국민에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만을 믿고 있다간 피해보기 십상’이라는 인식만 심어준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투자는 정부 발표와 반대로만 가면 된다”고 극언까지 한다.

건교부의 ‘바람’대로 주택가격이 안정되기만 하면 내집마련이 일생의 꿈인 서민들에겐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장담’만 늘어놓는다고 가능해지진 않는다.

이날 방송에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은 이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방송 후 서울공항 땅값은 다시 뛰고 있다.

/ hu@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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