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또는 해외현지법인이 외국에서 외화자금을 차입하거나 지급보증을 받은 ‘현지금융’ 잔액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기업 및 해외현지법인의 현지금융 잔액은 194억2000만달러로 전년 말에 비해 2억4000만달러가 늘었다고 8일 밝혔다.
현지금융 잔액은 지난 97년말 532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후 ▲98년 말 406억달러 ▲99년 말 372억2000만달러 ▲2000년 말 274억9000만달러 ▲2001년 말 232억달러 ▲2002년 말 202억2000만달러 ▲2003년 191억8000만달러 등으로 매년 감소해 왔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된 데다 해외직접투자 확대에 따라 현지금융을 이용하는 업체수가 크게 증가해 현지금융이 증가세로 반전됐다고 분석했다.
현지금융 이용업체수도 지난 97년 373개사에서 2001년에는 277개사로 줄었으나 2003년에는 378개사로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는 441개사로 늘었다.
차주별로는 국내기업의 현지금융 잔액이 13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1억6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현지법인은 181억2000만달러로 4억달러 증가했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SK 등 4대 계열기업의 현지금융 잔액은 101억9000만달러로 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들 4대 계열기업이 전체 현지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5%로 전년 말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대주별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 즉 외국환은행의 역외계정과 해외지점 등으로부터의 차입액이 58억8000만달러로 전년 말보다 1억4000만달러 줄어든데 비해 외국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액은 135억4000만달러로 3억8000만달러 늘었다.
현지금융 조달금리는 국내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 1.2%, 외국금융기관 차입은 0.87%로 전년 평균 대비 각각 0.02%포인트, 0.01%포인트씩 높아졌다.
한은은 국내외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으로 현지금융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지금융 수요가 많은 대기업들의 경우 자금사정이 좋아 현지금융 잔액의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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