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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다단계판매 극성…회원 산술적으로 1천만명 모아야 입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08 12:49

수정 2014.11.07 19:29



‘30평 서울 강남 아파트를 583만원에.’

500만원대에 30∼40평형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입주시켜 주겠다면서 회원을 모집해 투자금을 모으는 신종 ‘아파트 다단계’ 기법이 극성을 부려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8일 시민단체인 서민고통신문고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를 미끼로 다단계 판매를 하는 유사업체가 서울에서만 100여개 이상 난립해 관련 피해가 늘고 있다. 이같은 아파트 다단계 판매업체로는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둔 N사가 대표적이다.

현재 2000여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있는 N사의 아파트 다단계 판매는 ‘계(契)’의 개념이다. 투자자 모집을 위한 ‘미끼 아파트’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A아파트와 같은 미분양된 중견 건설사의 아파트가 주로 대상이다. 회사측은 미분양 아파트를 헐값에 구입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자금은 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권 대출을 받아 유지한다.

N사의 회원으로 참여해 아파트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580여만원의 회비(본인 명의 5개 계좌 개설)를 내야 한다.
이후부터는 다른 다단계 마케팅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3∼5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당과 함께 청약 자격을 준다.

청약 후 다시 추가적으로 회사가 판단하는 일정 수 이상의 회원을 모집하게 되면 회사가 구매한 아파트를 배정받게 된다. 하지만 다단계 특성상 최고위층(전무·상무·이사·실장)을 제외한 일반 회원이 아파트를 배정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통상 10단계 이상 회원을 모집한 회원들에게 아파트를 배정하게 되는 데 산술적으로 계산해 봐도 최소 1000만 계좌(최초 1단계 5개 계좌 기준)를 회원으로 모집해야 한다. 투자금으로 계산하면 (계좌 1000만개×계좌당 110만원) 조 단위가 동원되는 금액이다. 회사측은 가입자 수가 2000여명을 훨씬 넘었다고 주장하나 공식 입주자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중견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L씨(44)는 “가입 후 몇달을 기다렸지만 아파트 배정 소식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N사 측에 해약과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조금 더 기다리면서 투자자를 더 모집하라며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힘든 과정을 통해 아파트를 배정받더라도 애초 N사가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회원이 배정받은 아파트에는 상당 금액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등기는 가능하지만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채무에 대한 책임도 소유자에게 넘어가 입주자는 대출금에 대한 원금상환 및 이자비용 발생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때문에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이 경매되는 피해 사례도 서민고통신문고에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사업 주체가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회비 납부와 동시에 상품 구매가 이뤄지는 다단계 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편, 피해 사례를 접수받은 서민고통신문고측의 요청으로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수사를 통한 처벌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투자와 투자수익에 대한 약관이 문서상으로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데 회원가입 때 이 부분은 문서로 작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고통신문고 노규수 전무는 “사업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 뿐만아니라 대출을 해준 제2금융권의 자금 회수 문제도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단계 특성상 피해자들이 주변의 친척, 직장동료를 끌어들이므로 피해자들이 피해 규모가 웬만큼 크지 않은 이상 신고에도 소극적이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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