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조기졸업→주식 30% 주식예탁증서(DR) 발행→주주협의회 구성….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향후 진행 절차다. 채권단은 올 상반기 중 1조6000억원가량의 빚을 모두 갚을 계획이다. 현행 구조조정촉진법이 규정하고 있는 워크아웃 졸업 요건에 따른 것이다.
빚을 정리한 뒤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새로 끌어모으기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조달금리는 낮아지고 대출기한이 연장되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만큼 매각을 위한 조건이 좋아지는 셈이다. 채권단은 상반기안에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보유 지분 정리를 위한 최적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하이닉스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구 품에 안길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으로 채권단은 보유지분 81%를 모두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채권단은 일단 보유지분의 30%인 1억800만주가량을 해외증시에 상장해 해외 투자가들에게 분산 매각하거나 국내투자자에도 일부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나머지 70%의 지분처리와 신규자금 조달 방안이다.
하이닉스 처리와 관련, LG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닉스를 국내에 매각할 경우 인수대상으로 LG만한 곳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채권단 내부에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반도체사업을 넘긴지 6∼7년 만에 LG가 하이닉스를 다시 인수하는 ‘대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질지 채권단의 행보가 주목된다.
◇채권단 동상이몽?=현재 채권단이 보유 중인 하이닉스 지분은 전체의 81.4%에 달한다. 외환은행(13.5%)이 1대주주이며 산업·조흥·우리은행이 각각 10% 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각 사안에 대한 의견조율이 쉽지않은 구조다.
실제 리파이낸싱(대출상환후 재융자) 방안을 놓고 채권 금융기관들 사이에 다른 목소리가 감지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새로 끌어모을 자금 2조원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채권은행들은 1조5000억원 정도는 국내에서도 끌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지역을 놓고 의견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자금 조달을 하려면 하이닉스 신용등급이 좋지않은 점을 감안할 때 고금리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조달 비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ABS 등 파이낸싱기법을 활용, 국내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조달처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향후 지분매각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조원을 몽땅 해외에서 조달할 경우 국내채권단의 향후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 어디로 가나=향후 지분 처리를 통한 주인 찾아주기 방침을 놓고도 채권단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마디로 안개속이다. 자산규모만 8조원에 달하고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매년 2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덩치를 감당할 업체들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채권단 내부에서 “국내기업들은 여력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다양한 투자기법이 존재하는 인수합병(M&A)의 특성상 자금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M&A는 자기 돈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 회사 규모나 경험, 사업에 대한 의지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가져갈만한 곳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LG전자를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성장 동력이 필요한 데 그 계기로 하이닉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LG전자 고위관계자는 “메모리 분야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인수설을 일축했다. 또 반도체 사업 경험이 있는 동부와 대한전선도 하이닉스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단, 동부의 경우 지난해 산업은행 등 15개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1조2000억원의 상환일정이 걸림돌이며 대한전선 역시 자금 동원 능력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 여부가 문제다.
◇다른 가능성은=경영권 행사 여부를 떠나 30% 이상의 고수익을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닉스는 외국자본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먹이감이다. 몇몇 외국계 기업들은 이미 ‘입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M&A시장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 정도 분위기면 인수를 위한 움직임이 무르익었고 실제 외국업체 2∼3곳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하이닉스를 외국에 넘길 경우, 국부유출 논란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일각에선 하이닉스를 국내에서 소화할 여건이 충분한 점을 들어 컨소시엄 형태나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공동 인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닉스가 M&A 시장에 본격 등장하게 되면 국내외 업체들의 구애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로처럼 입찰 방식의 지분매각도 검토될 수 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