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오리온전기·진로·대우정밀 M&A 잇단 ‘잡음’…PEF등 토종자본 육성론 확산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1 12:49

수정 2014.11.07 19:24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매각작업이 잇달아 파열음을 내면서 국내 인수합병(M&A)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틀린패터슨펀드에 매각될 예정이던 오리온 전기가 공적자금 투입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의 재실사 요구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고 대우정밀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대우인터내셔널은 채권단 관리기업이라서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금융감독원에서 제기돼 채권단이 재논의에 들어갔다. 하이트맥주에 매각된 진로는 고가로 매각돼 골드만삭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논란들은 무조건 자금회수에만 급급했던 과거에 비해서 제대로 된 값을 받겠다는 채권단과 엄청난 수익을 내는 해외자본에 대한 견제심리 확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적자금과 채권단 자금 회수에 급급한 나머지 매각 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인과론과 함께 향후 사모펀드(PEF)가 본격화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론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힘을 얻는 것은 국내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봉쇄되는 왜곡된 M&A 시장 때문에 제대로 된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진로의 골드만삭스 매각당시 담보채권 등을 인수했던 기업구조조정회사의 관계자는 “당시 진로의 골드만삭스 인수는 성인이 어린아이가 가진 1000원짜리 사탕을 100원 주고 빼앗은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제대로 된 기업평가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시장 환경도 바뀌었고 전문가들도 늘어났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일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특정 기업의 편중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국내 대기업의 M&A 참여를 제한한 덕분에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 해외 자본만이 큰 이익을 얻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혀 해외자본의 도덕성보다도 정부의 대책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에 당했다고 여기지 말고 앞으로 대우건설, 우리은행 등 더 굵직한 기업을 매각할 때 한국에도 제대로 된 투자펀드가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대우정밀 인수 참여에 문제점을 제기했던 금감원의 김순배 신용감독국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은 여전히 채권단이 지분을 갖고 있어 스스로가 매각 대상기업인데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서 “상당한 시너지가 있다면 채권단 관리기업도 다른 기업 인수가 가능하겠지만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정밀의 경우는 시너지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국장은 “채권단은 조기 매각에 급급하지 말고 일반적인 국민정서에도 맞고 매각 후 시너지가 발휘되도록 매각작업을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의 양금승 부장은 “M&A 시장에 진출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 기업들은 출자총액제 규제 등으로 인해 경쟁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본력이 막강한 해외펀드들이 들어와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국내 알짜 산업을 흡수한다”고 비난하고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양부장은 “인수하려는 기업이 많아지면 공급자 중심 시장이 되어서 적정 가격이 형성되나 현재와 같은 수요자 중심 시장에서는 가격 후려치기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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