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참하는 것을 전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교토 의정서에 따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국 정부의 공동 주최로 서울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비즈니스와 기후변화 워크숍’의 개회사를 통해 밝힌 이와 같은 한국의 입장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것이 없다.
오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90년도 수준의 95% 선으로 줄이도록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따를 때 소요될 경제적 부담을 생각할 때 정부의 ‘불참 입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스트레일리아 APEC 연구소에 따르면 온실가스 속의 탄소 1t을 줄일 때 드는 비용이 유럽연합(EU)은 평균 200달러가 드는 데 비해 한국은 500∼550달러, 미국 350달러, 일본은 500달러가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U와 달리 미국을 비롯해 중국 등이 교토의정서에 반대 입장을 밝힌 까닭이다.
특히 중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나타난 수치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탄소 감축 비용이 EU의 2.5배 들 것이라는 분석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로 오는 201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 줄이려면 국민총생산(GDP)의 0.2%인 1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토의정서에 가입해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경우 전기요금부터 당장 두배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사실상 교토의정서 불참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적 요인으로 교토협약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대 명제까지 외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연히 경제적 혜택도 누리면서 지구를 살려나갈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나갈 의무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청정연료 개발이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선진국 역시 이 부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미 실험단계를 벗어나 상용화를 눈 앞에 둔 전지 자동차, 수소연료를 비롯한 신기술 개발에 국력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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