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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저축이다-싱가포르]‘머니센스 프로젝트’ 국민 투자의식 깨운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2 12:49

수정 2014.11.07 19:23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중앙비지니스지역(CBD)에서 무역센타방향으로 10분남짓 차로 달리면 옛금융가 로빈슨로드가 나온다.

싱가포르 야경사진에서 빠지지않는 CBD나 최근 각광받는 썬샤인시티지역보다 외관은 덜 화려하지만 세계적인 ‘큰손’ GIC(싱가포르투자청)와 테마섹, 그리고 우리나라 재경부에 해당하는 MAS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GIC는 싱가포르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52층짜리 캐피탈타워에서 JP모건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아시아태평양본부와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었다.

캐피털타워 바로 맞은편 국민연금 CPF빌딩에는 ‘당신의 은퇴계획을 지금 당장 준비하라’는 대형광고판이 인상적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나 템플튼의 광고로 도배된 2층짜리 버스는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화려한 자본시장,개인투자는 보수적=아시아 최대 자산운용시장의 본거지 싱가포르. MAS에 따르면 싱가포르자산관리업의 자산규모는 지난 2003년 4652억달러(싱가포르달러,283조원)에 달한다.
2002년보다 35%나 증가한 수치다. 이곳에 진출한 자산운용업체수만 230개사, 이가운데 자산관리규모가 6조원이 넘는 운용사가 9개사다.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1위는 우리나라 산업은행에 해당하는 DBS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시장을 노리는 다국적자본이 이곳에 집중되고는 있지만, 싱가포르 국내 주식시장은 생각보다 활발하진 않다. 투자본부는 인프라가 뛰어난 싱가포르에 두되, 실질적인 투자는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 저개발시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우리나라(500조원) 절반수준이다. 다만 인구 400만명의 도시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일반인들의 투자스타일은 의외로 보수적이었다.

슈로더투신에서 10년간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 최근 미래에셋 싱가포르법인 CIO(최고투자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응수남씨는 “싱가포르 자본시장과 일반 개인들의 투자양태는 다른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가구당금융자산 50%이상이 예금에 묶여 있고, 주식비중은 10%미만”이라고 말했다. 간접투자를 대표하는 뮤추얼펀드시장도 간신히 10조원대에 진입한 정도라는 것이다.

CBD부근 플루튼로드에 위치한 무역회사 월튼사의 깁슨 탄씨(컨설턴트)는 “싱가포르 주택보급률은 90%에 달하지만 이는 은행 모기지론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급의 상당금액을 모기지론 상환에 쓰고 있어 주식자금 여력이 충분치가 않고, 이때문에 직접투자나 펀드에 대한 인식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잠자는 CPF예금 44조원을 깨운다=개인투자가 저조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노후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데 있다. 싱가포르역시 노령화사회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어 싱가포르 정부의 고민꺼리도 바로 이대목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곳 사람들이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노후자금은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합한 개념의 CPF자금이다. 보험료로 직장인은 본인(20%)과 회사(11%) 부담금을 합쳐 월급의 33%를 내고 있다. CPF 총예치금액은 현재 60조원을 웃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100조원의 60%수준이지만 인구수를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CPF 운영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하다. 가입자들이 처음부터 개인별 계좌를 만들어 연금수령일까지 예치해나가는 방식이다. 의료,교육,주택자금 등이 필요하면 자신의 예치금을 당겨쓸수 있다. 대신 최저 예치액은 법적기준치를 맞춰야한다.

예치금으로 정부가 지정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뮤추얼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펀드선택과 운용은 철저히 개인책임이다. 펀드를 원하지 않으면 시장금리와 연동된 3∼4%의 이자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펀드선택에 대한 부담때문에 예금이자로 만족하는 게 보통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현재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잠자는 CPF예금’이다. 자산운용협회 앤듀르 �� 이사는 “현재 은행금고에서 잠자는 자금이 44조원에 이르고 있다”며 “이 자금을 펀드로 굴릴 수 있도록 개인의 투자마인드를 바꿔놓는 일이 싱가포르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가 최대 금융프로젝트 ‘머니센스’=세계적으로 보기드문 강력한 정부 리더쉽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낸 싱가포르. 정부는 이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마인드 교육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머니센스(MoneySENSE)’는 대표적인 국가 금융프로젝트다.

총책임은 MAS가 맡고 있고,자산운영협회(IMAS),은행연합회(ABS),생명보험사(LIFE),DBS 등 민간단체까지 총동원됐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책정된 예산만 수십억달러”라고 귀띔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금융,투자지식을 높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과제다.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이벤트,세미나가 지역별,학교별,연령별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무작위로 2000명을 선발해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2000명을 일일이 심층 인터뷰를 실시, 일반인들의 금융지식과 투자기법의 수준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다.이달말쯤 조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앤드류 �� 이사는 “은퇴후 당신은 몇살까지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행복한 노후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투자에 대한 생각을 바꾸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며 “투자를 해도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머니센스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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