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가난한 어촌에서 아시아 최대 금융시장으로 급성장한 것은 GIC(싱가포르투자청)와 테마섹홀딩스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자본으로 운영되는 기관이지만 운영시스템과 성과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81년 설립된 GIC는 정부 외환보유액과 재정잉여금 등으로 해외시장의 저평가된 주식,채권,부동산을 공략하는 일종의 국가 펀드매니저다. 운용자금만 2000억원달러로 미국 최대 기관투자가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보다 규모가 크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강남 스타타워빌딩을 9000억원에 사들여 국내에서도 꽤 유명세를 치루기도 했다.
70년대 출범한 테마섹홀딩스는 철저히 국내 산업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현재 싱가포르 간판기업 DBS, 싱가포르항공, 캐펠,ST엔지니어링 등의 최대주주도 바로 테마섹홀딩스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받는 한해 배당금만 무려 1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GIC와 테마섹홀딩스의 투자전략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싱가포르 특유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100% 정부 자본이지만 국회나 정부의 공개된 감사를 일절 받지 않는다. 투자의 대강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도 전혀 먹히들지 않고 있다.
비결은 GIC의 최고의장이 싱가포르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라는 사실에 있다.테마섹홀딩스의 최고책임자는 리콴유 총리의 며느리이자 현 리시엔룽 총리의 부인인 호칭이 맡고 있다.
GIC 펀드매니저였던 토이한씨는 “이씨일가의 청렴결백을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에 모두가 수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싱가포르의 경제성장은 이씨 일가의 헌신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고 설명했다.그는 “이같은 절대적인 신뢰는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는 철저히 비공개지만 GIC의 투자기법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창기에는 외국 유수 펀드매니저들을 영입해 GIC요원을 길러냈지만 지금은 철저히 내부도제식으로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설명이다. 현재 GIC와 테마섹홀딩스 관계자는 싱가포르 최고의 엘리트로 꼽히고 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펀드매니저의 지식은 최고수준이라 할만하지만 해외투자경험이 없는 것이 GIC매니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점”이라며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30대 초반의 매니저들이 아시아시장에서 직접 투자를 해낼 수 있는 현실이 바로 싱가포르 경쟁력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숙기자
■사진설명=싱가포르투자청(GIC)이 들어선 로빈슨로드의 캐피탈타워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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