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석칼럼]한·미·일 균열의 정치경제학/방원석 논설실장

방원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2 12:49

수정 2014.11.07 19:23


요즘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이상 기류로 인한 우리경제의 마이너스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삼국간 파열은 아직 경제적 손실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미·일과 등졌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자명하다. 우리 외교가 취약해질 때 역사적으로 일본이 우리에 어떤 접근을 했는지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다. 한·미 균열은 당장 일본이 독도문제와 교과서 왜곡문제를 제기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 최근 일부 해외 언론의 ‘한국 때리기’도 미국과의 거리 차와 무관치 않다.
이는 우리가 지금 외교 외톨이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가 애써 쌓아놓은 국가 이미지의 실추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워 미·일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과 북한, 러시아와는 좀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외교 좌표는 삼각동맹의 이상 기류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미·일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이 다가서야할 미래의 친구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그간의 미·일 독과점체제에서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떠오르는 브릭스(BRICs) 시장과의 다국체제로 실리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 우방이 됐다. 중국은 우리에 시장과 생산기지를 제공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다. 게다가 동북아 평화의 열쇠도 쥐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을 아직 과소평가해선 안된다.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자본·기술·시장·지식·안보라는 5가지의 이익을 주고 있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우리에 시장은 인색했지만 자본과 기술을 제공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뉴스와 정보를 독점하며 세계여론과 홍보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가 되기 위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미국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십년간 끄떡 없다는 분석 또한 믿을 만한 근거를 갖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20년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의 경제·정치적 리더가 된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렇지만 그때 가서도 중국의 경제 규모는 지금 기준으로 미국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는 25년쯤이나 돼야 3분의 1로 경제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분석들은 싫든 좋든 적어도 우리가 통일을 이룰 때까지 미국의 경제력과 정치적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른바 용미(用美)론이다. 미국은 우리에 단순한 우방이 아니며 전략적 가치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새삼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한·미동맹의 복원이다. 그렇게 되면 최근 일본과의 외교 마찰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권의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아직은 약점 투성이의 국가다. 유일한 분단국가, 여전히 자본과 기술을 밖에 기대어 사는 처지로서는 좀 더 엄살과 겸양이 필요하다.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몸을 낮춘다고 해서 손해볼게 무엇인가.

또한 우리가 북한과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의 경제력을 끌어올리고 안보 불안을 줄여 긴장완화라는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우리에 경제적 실리와 안보를 담보해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미·일과의 파열로 잃게 될 정치·경제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경제계가 지금 우려하는 대로 미국과의 균열이 당장 우리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너끈히 안보와 경제카드를 가지고 언제라도 우리의 ‘버릇’을 고쳐놓을 수 있겠지만 미국이 이같은 무모한 모험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의 한·미 균열상은 정권 차원의 국지적 파열이라는 판단이어서 당분간 시간을 갖고 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일 관계는 멀리하고 북한·중국과는 가까워진다(?). 이런 가정 아래 우리는 지금 얻는 것보다 잃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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