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대출 ‘소개마케팅’까지 등장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2 12:50

수정 2014.11.07 19:22



우량 대출고객을 확보하려는 은행간 경쟁이 뜨겁다. 한정된 고객을 서로 확보하려다 보니 은행간 고객쟁탈전이 펼쳐지기도 하고 기존고객으로부터 새 고객을 소개받는 이색 기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고객확보를 위해서라면 휴일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발 은행 돈 좀 빌려쓰라”며 대출세일즈에 올인하는 은행 영업전쟁의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1.007작전=‘데드라인은 6시. 그 전에 서류를 넘기지 못하면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간다.’

지난달 A은행 서울 자양동 지점은 타행 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입체 작전을 펼쳤다.
B은행에 90억원의 대출을 갖고 있던 병원 이사장이 이를 A은행으로 옮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A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았던 이 고객은 금리나 다른 조건에 만족해 병원의 주거래은행을 아예 바꾸기로 하고 B은행에 대출상환을 통보했다.

여신심사센터에서 일사천리로 심사를 마치고 중소기업고객본부로부터 대출지원을 약속받은 A은행 자양동지점은 각종 서류와 상환할 대출금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B은행을 방문했다. 등기소에서 B은행의 저당권을 해지하고 A은행으로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등기소가 문을 닫는 오후 6시 이전에 마쳐야 하는데 고객을 빼앗기게 생긴 B은행은 온갖 핑계를 대며 대출금 상환받기를 거부했다. 지점 직원 및 법무사, 지점장까지 나서 고객을 영업점까지 나오게 해서야 결국 90억원의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고 A은행 지점으로 대출을 옮길 수 있었다.

A은행 자양동지점 지점장은 “마감시간을 넘기면 준비 절차를 다시 해야하는 데다 경쟁 은행에서 밤새 다른 조건을 고안할 수 있어 마음이 급했다”면서 “결국 병원 이사장인 고객을 병원에서 모시고 영업점까지 데리고 가 대출 상환을 요구한 다음에야 대출 유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 MGM프로그램을 아시나요=우리은행의 경우 기존 고객들로부터 새로운 고객을 소개받는 소개마케팅 MGM(Members Get Members)프로그램으로 타행 대출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 은행 경기 안산지점은 기존 고객사로부터 B공업사를 소개받아 240억원에 달하는 신규 대출을 유치했다. 당초 이 회사는 100억원대의 시설 설치비용만을 대출 받을 계획이었으나 기존에 갖고 있던 타행 대출 140억원도 우리은행으로 옮기면서 대규모의 수주 실적을 얻게 됐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종업원의 급여이체와 관계사 추가 유치 등 부대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은행측 평가다.

이 기업은 금액 자체가 컸기 때문에 기존 거래 은행뿐만 아니라 B은행과 C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대출 유치를 위해 로비를 펼쳤으나 개인적으로 소개받은 우리은행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최원호 부지점장은 “소개받은 기업에 대출이 거절되면 서로 곤란하기 때문에 소개하는 사람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마련이라 정작 소개받은 이후에는 성사가 안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개가 성사된 경우에 소개를 해준 기존 고객사에도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신규 고객이 된 회사에도 금리나 각종 서비스면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3.우대금리를 제시하라=E은행 시화공단지점은 최근 지난해 9월 시화공단에서 포승공단으로 공장을 신축해서 이전한 업체로부터 시설비 85억원과 기업 대출 45억원 등을 신규 유치했다. 다른 은행에서 시설 및 운전자금을 대출한 상황이었으나 금리나 상환 조건 등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파악한 이 은행측에서 우대조건을 제시하며 적극 영업에 나섰다.

특히 휴일임에도 여신심사센터의 심사역들이 출근해서 해당 기업 심사를 자청해서 맡아주고 본부에서 대출 지원을 약속해주는 덕분에 순조롭게 대출 유치가 이뤄졌다고 시화공단지점측은 설명했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사진설명

은행간 대출전쟁이 뜨겁다. 우량 대출고객 확보를 올해 경영화두로 정한 은행들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우리은행 중소기업 전문가(SRP)들이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영업을 약속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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