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칭다오 ‘세대교체’…대기업 몰리고 中企 제3국행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2 12:50

수정 2014.11.07 19:21



【칭다오=홍순재기자】칭다오의 동쪽 해변은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의 평화로움과 공업도시의 분주한 면모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었다. 해안가에는 1000만위안(약 12억원)을 호가하는 서양식 별장들이 즐비한 반면 바다 위에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이 입항을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반도에서 칭다오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600여㎞, 여기에다 풍부한 노동력과 초대형 항구인 칭다오항을 끼고 있어 한·중 수교가 체결되기 이전인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이미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봇물을 이뤘다.

칭다오에 공장 또는 사무실을 설립한 한국기업의 숫자는 줄잡아 5000여개,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만 1만여명에 달한다. 주로 봉제 완구 섬유 등의 중소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으로부터 섬유 원자재와 화학제품, 철강재를 들여와 가공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로 수출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기업들의 투자행태에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포스코와 LG전자, GS칼텍스정유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칭다오 진출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 가속, 중소기업은 제 3국행=포스코는 최근 연간 18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인 ‘칭다오 포항 불수강 유한공사’의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의 투자금액은 1억5000만달러로 지분의 70%를 보유, 경영권을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은 중국 칭다오 강철(20%)과 현지법인인 포스코 차이나(10%)가 각각 나눠 갖고 있다.

또 GS칼텍스정유(옛 LG정유)는 4억달러를 투자해 방향족 탄화수소 계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밖에 식음류 업체인 롯데제과는 칭다오 소재 금호식품(청도)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150억원에 인수, 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현지진출이 본격화한데는 칭다오의 지리적 근접성과 잘 갖춰진 물류 인프라 등이 주원인이지만, 중국 정부의 투자유치 전략이 고부가업종, 대단위 투자 위주로 변화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김성수 KOTRA 칭다오 무역관장은 “중국 정부가 개방정책 초기에는 몇 개의 업체를 유치했느냐에 따라 공무원들의 실적을 평가했지만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투자유치 금액이 얼마인지를 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투자유치 정책이 양에서 질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반면, 기존의 터줏대감인 중소업체들은 칭다오를 벗어나 인도네이사 베트남 등 제3의 지역으로 이전하는 추세다. 섬유 봉제 등 노동 집약적 산업의 특성상 인건비가 화두인 중소업체들로서는 이제 칭다오는 더이상 투자 적격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김관장은 “중소업체들의 제 3국행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 서막이 오른 것”이라며 “발빠른 업체들은 올해 또는 내년에 걸쳐 칭다오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지 진출업계의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국내은행 현지진출 박차=업계 ‘구조조정 바람’은 국내은행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만약 대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할 경우 조단위 규모의 추가적인 신·증설이 예상돼 대출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오는 6∼7월 칭다오에 현지 지점 개설을 목표로 실무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법인설립 인가 및 사무실 설치 등을 위해 2명의 본사 직원을 파견했다.

또한 이미 칭다오에 지점을 갖고 있는 기업은행은 인근 옌타이에 추가로 지점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본사 직원 1명을 각각 파견해 현지 시장조사와 대 정부 업무를 담당케 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지점 또는 사무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은행들에 현지 진출은 그리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우선 중국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계 대형은행들의 가산금리는 약 0.6∼0.8%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행들의 현지 가산금리는 보통 1%가 넘어 커다른 격차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한국기업들마저도 중국은행의 대출창구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게 현지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은 넘쳐나는 외환보유고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6000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형종 칭다오 국제은행(하나은행 자회사) 부행장은 “중국계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워낙 파격적이어서 국내은행들은 송금거래의 편리성과 친절, 의사소통의 자유로움 등 서비스를 강조해 한국기업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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