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김주식기자의 클릭! 유통]미용비누,포장보다 기능구분 신경썼으면

김주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3 12:50

수정 2014.11.07 19:20



상품 세계에도 패션은 엄연히 존재한다. CJ는 태평양의 야한 차림새에 눈을 희번득거렸다. 태평양은 그 때마다 옷깃을 여몄다. 한 겹의 홑옷 하나 걸친 LG생활건강으로서도 움칠 몸을 추스릴 수밖에. 새하얀 원피스에 허브꽃을 장식한 허브그린은 일순 정적을 깼다. 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처녀 옷자락에서부터 준동한다고…. 허브그린은 그러면서 태평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봄향기가 물씬거리는 서울 시내 모할인점 미용비누매장. CJ ‘흑미비누’(이하)는 미용비누 부락에서 공주로 통한다.
두문불출 구중심처에 들어앉아 열어제친 하트형 창문을 통해 갸느린 얼굴만 쭈뼛 내미는 게 고작이다. 태평양의 ‘쑥비누’(이하)는 잘나가는 패션모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연초록 드레스복 차림으로 봄을 유혹하기에 여념이 없다.

LG생활건강 ‘살구마사지’(이하)는 자연미인. 잘 여문 살구 열매그림이 눈부신 홑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등짝은 완전히 패여 살구빛 속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허브그린의 ‘허브아로마비누’(이하)는 비누매장의 귀부인. 물건너온 유명 브랜드를 즐겨 입는 명품족이다. 옷에 달린 라벨마다 영어 일색. 도드라진 보라빛 허브꽃 한 송이가 여백미를 더해 압권이다.

미용비누매장은 백마탄 왕자를 맞아들이려는 처녀마을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님을 향한 애오라지 사랑은 제각각. 하트형 창문을 열어제친 CJ는 세레나데를 한 곡조 뽑아줄 왕자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형국이다. 태평양은 슬몃슬몃 치맛자락을 파고드는 봄바람을 맞으며 윙크를 해댄다. 자연미인 LG생활건강은 원초적 관능미가 물씬 묻어난다. 허브그린은 은근히 드러내는 여심(女心)이 매혹적이다.

향기는 봄의 전령사. 저마다 코를 즐겁게 하는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 CJ는 은은한 흑미향이 배어난다. LG생활건강은 천연 살구향을 머금었다. 태평양은 쑥향이, 허브그린은 허브향이 후각을 상큼하게 자극한다. 가족 구성원은 CJ·LG생활건강·태평양 등은 4개씩이고 허브그린만이 단촐하게 2개. 체중은 구성원 모두가 100�T씩 똑같다. 몸값은 허브그린 6000원, CJ 5400원, 태평양 3200원, LG생활건강 2950원 순이다.

미용기능 경쟁도 재기발랄하다. 흑미벼를 입에 문 CJ는 순식물성 흑미가 피부 건강유지에 으뜸이라고 어필한다. LG생활건강은 천연 살구씨가 피부를 부드럽게 가꾸어준다고 설파한다. 태평양은 순한 자연성 아로마 효과의 싱그러운 쑥향을 느껴보라고 부르짖는다. 허버그린은 피부보습·항균소독·생리기능회복 등에 빼어나다고 강조한다.


봄향기가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미용비누매장. 오가는 고객들의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짜릿한 향기가 판단을 무디게 하는 것일까. 정작 선택의 기로에 서면 하나같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
연령대별이든 기능별이든 좀더 세분화된 뚜렷한 이정표가 없어서다.

/joosik@fnnews 김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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