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앙정보부가 권력을 남용하고 정치개입과 언론탄압을 통해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 국민에게 저주와 원망을 사왔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합니다.”
군 출신답게 무겁고 느린 말을 내뱉는 배우 이덕화의 목소리가 시종일관 장내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터지는 플래시 세례는 암울했던 현대사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오는 23일부터 방영될 MBC 특별기획 드라마 ‘제5공화국’(토·일 오후 9시50분)의 촬영 현장이 지난 13일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분은 지난 80년 4월 당시 신군부 핵심이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겸직을 발표하는 장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당시의 ‘안개정국’ 상황은 이날 전씨의 발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MBC 드라마의 전통 브랜드이기도 한 ‘공화국’ 시리즈는 그동안 역사적 사실 확인과 후세의 평가라는 기본틀 안에서 제작됐다. ‘제5공화국’ 역시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연출을 맡은 임태우 PD는 “80년 당시 상황을 취재하면서 의외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의미심장한 과거에 대해서도 알게됐다”며 “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루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드라마 전면에 나서는 인물 상당수가 아직 생존해 있고 드라마에 5·18 민주화운동도 4회 분량으로 다루는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제작진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실제로 MBC는 지난 8일 시사프로그램 ‘암니옴니’를 통해 장세동, 허화평 등 신군부 세력 17명이 제작진에게 ‘제5공화국 시나리오 오류에 대한 소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PD는 이에 대해 “이같은 대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외압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사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사실에 입각해 대본을 집필했고 자문 변호사를 통해 문제의 부분은 수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방송을 직접 보게되면 이같은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촬영장에는 과거 ‘공화국’ 시리즈를 만들었던 고석만 제작본부장을 비롯, 신호균 CP 등 제작진 고위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해 이번 ‘제5공화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 사진설명=MBC 특별기획 드라마 ‘제5공화국’의 촬영 현장이 13일 처음 공개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은 배우 이덕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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