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건물에 독점된 공개공지/함종선기자

함종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4 12:50

수정 2014.11.07 19:16



“받을 것은 다 챙기고 내놓을 것은 하나도 안 내놓는다면 그게 바로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얼마전 공개공지(Open Space)취재를 위해 만난 서울시내 모 대학 교수는 공개공지 제도가 특정인만이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도구로 변질돼 운용되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서울시내 주상복합아파트에는 건축법상 일반인이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는 공개공지가 조성돼 있다.

공개공지란 건축면적의 일부를 조경이나 공원,공터 등으로 남겨둬 도시의 삭막화와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시내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단지안 대지면적의 최소 10%이상을 공공의 몫으로 개방해야 한다.

그러나 취재결과 서울시내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공개공지가 인접보도보다 현저하게 높은 곳에 위치해 있거나,단지 내부 또는 후면에 조성돼 있어 접근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또 조경공간이 단지의 울타리 역할을 하게끔 설계됐거나 공개공지가 쓰레기 적치장 등으로 쓰이고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심한 곳은 일반도로와 공개공지로 이어지는 곳에 커다란 돌을 놓아 보행자체를 막기까지 했다.일반인의 공개공지 접근을 막기위한 물리적�^심리적 방해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한 대학교수는 “공개공지 조성은 사선 및 고도 제한 완화 등 건축주들이 받은 어마어마한 혜택에 대한 최소한의 반대급부”라면서 “공개공지 안내판 설치 의무화 및 적절한 관리를 위한 행정지침을 마련해 숨겨진 공개공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일반 시민앞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민의 새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할 청계천 주변에 많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이 중 상당수가 인허가 막바지인 심의단계에 있다.


이들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볼때 친환경 공원이나 다름없는 청계천과 연계돼 가격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개공지가 ‘제대로’ 조성됐으면 한다.

/ jsha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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