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주택담보대출 실적 ‘속빈강정’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4 12:50

수정 2014.11.07 19:16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이 리스크가 적은 주택담보 상품에 집중하고 있는 결과다.

특히 은행들간 경쟁은 낮은 이자를 앞세운 ‘금리 경쟁’에서 대출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대출한도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은행들의 속사정은 편치않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깎이는 데다 금리조건에 따른 고객들의 ‘갈아타기’로 실제 대출 실적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14일 “아파트담보대출을 받고자 하는 고객에게 대출 한도 산정시 공제되는 소액보증금에 대해서도 추가 대출을 해주는 ‘플러스모기지론’을 오는 18일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은행은 주택담보대출금 한도를 계산할 때 감정가에 해당 지역 LTV(40∼60%)를 곱한 뒤 다시 여기에서 소액임차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다.

최우선변제대상인 소액임차보증금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방 1개당 1600만원으로 계산되고 있다. 단 LTV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까지 대출받으려면 서울보증보험의 모기지 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료는 연 0.4%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또 우리은행은 한도를 넘겨 돈을 빌리고자 하는 고객은 상호저축은행에서 초과분을 대출받도록 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알짜 상품인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은행마다 실제 실적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속빈 강정’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땅따먹기’에 비유했다. 지난 3월 말 발매를 시작해 한 달여 만에 45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진 O은행의 경우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제 순증 주택대출금액은 소액에 불과하다.

기존 고객이 새로운 상품으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조기 상환을 하기도 하고 특히 많은 경우 타 은행으로 대출을 옮긴 고객이 많아서 신규도 많이 늘지만 순증이 없다는 것이다.

건축 아파트나 신규 분양 등의 집단 대출 외에는 신규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끼리 서로 고객 뺏고 빼앗기를 하다보니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중에서 4.3%라는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J은행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최저 금리를 내세워 출시한지 불과 보름 만에 1500억원 가까운 수신고를 올렸지만 타 은행으로 옮겨가거나 중도 상환을 하는 자동감소분이 너무 많아서 순수 대출 증가액은 미미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경쟁이 심하다보니 (타행으로 가기 위해) 기존 대출 상환된 것이 너무 많아 외부적으로 주택 대출이 늘었다고 할만한 수치가 안나온다”고 털어놓았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연구위원은 “최근의 금리전쟁은 소모적 경쟁에 지나지 않으며 자칫 대규모 부실대출자산을 발생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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