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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펀드 세무조사 배경]탈세 의혹‘투기자본’강력 대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4 12:50

수정 2014.11.07 19:16



국세청이 외국계 자본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주성 청장이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국 투기자본이 조세회피를 남용하는 행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과세성립 요건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한마디로 국내 영업활동으로 엄청난 이득을 남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자본들의 변칙, 탈법 거래를 잡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리스크를 부담한 합법적 투자를 통해 얻은 외국자본의 차익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밝힌 것과 엇박자를 내는 것인 데다 파이낸셜타임스(FT)지 등의 한국때리기, 국부유출 논란 등이 확산되는 시점에 이뤄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증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의 불만을 촉발할 가능성도 걱정스럽다.

국세청은 변칙거래를 검증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지만 칼을 빼든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외국계 자본 왜 조사하나=한상률 조사국장은 세무조사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으면서 “국제자본도 변칙적으로 부당이익을 챙겼으면 검증해보는 게 국세청의 책임”이라고 원론 수준의 말을 했다.그는 “변칙적인 국제간 거래에 대해 국제적 과세기준에 따라 명백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로 세무조사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이번 조사는 특별조사보다는 기획조사 성격에 가깝다.
이주성 국세청장이 취임과 함께 “자기 임기중에는 국세청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힌뒤 이뤄졌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외 기업들의 성실납세를 유도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2개월 이상 걸리는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칼을 빼든 만큼 결과를 내놓겠다는 복심이 깔려 있다고 하겠다.

조사대상은 ▲송금과정에서 불거질 수있는 이전소득 문제 ▲국내 사업과정에서 나오는 사업소득 문제 ▲직원 월급이외에 뒤로 돈 주는 원천세 문제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조사강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조사대상 누굴까=국세청은 조사대상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또 언론에 거명된 일부 펀드들은 “우리는 아니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펀드들이 대상이 됐을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최근 제일은행 지분을 팔면서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긴 뉴브리지캐피털이나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빌딩을 매각해 2000억원의 차익을 남긴 론스타가 대표적인 예다. 더욱이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이면서도 자사 은행이 실시하는 동아건설 채권매각입찰에 응찰, 호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0년 JP모건을 대주주로 한 컨소시엄을 통해 한미은행을 인수한 칼라일도 편법으로 대주주 자격을 획득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에 조사대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브리지캐피털은 이번에 조사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계 자본 반발우려=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 외국계 자본들은 그동안 해외투자와 회수를 반복해 온 회사들인 만큼 국세청이 나서더라도 확실하게 ‘불법이나 탈세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확보치 못해 별 소득없이 끝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는 않다.

국세청은 거래과정과 대부분 페이퍼 컴퍼니인 국내 투자주체들의 실체와 근거지 등을 다시 들여다보고 우리 과세당국이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근거와 우리법뿐 아니라 국제조세협정을 적용하더라도 우리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작용이 적지 않은 게 국세청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기관의 외국인 이사수 제한과 5%룰(주식 5% 이상 보유시 자금출처 등을 밝히는 제도)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세무조사까지 받는다면 한국이탈을 결심하는 자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가가 27포인트나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통상부 핵심관계자는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통상과정에서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서 “다만 과도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대한투자유치에는 감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국세청의 이번 조사와 관련, “아직 정확한 국세청의 조사대상이나 범위, 이유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국내투자를 통해 발생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당국의 원칙적 조사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고 전방위 차원의 조사가 실시되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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