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조세권 행사 ‘국세청 몫’/유상욱기자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5 12:50

수정 2014.11.07 19:14



“구름(해외자본)이 하늘에 잠시 머물다 비(금융거래)를 뿌리고 지나가면 그 뿐입니다. 별다른 장애는 없죠.”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했던 기자에게 현지의 한 금융기관 관계자가 한 얘기다.

홍콩이 오랜 세월 부동의 국제금융 중심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자본이 마음놓고 놀다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콩에서는 해외펀드 등 국제자금과 다국적기업들이 각종 투자를 통해 3∼5년 뒤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떠나더라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세제 등 각종 혜택을 더 주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영 딴판이다.
지난 14일 국세청이 뉴브리지캐피털 등 외국계 펀드 7곳을 상대로 전격 세무조사에 나선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계가 시끌시끌하다.

국세청이 “국내 자본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자본이 변칙거래와 부당이익을 챙겼는지 검증하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세무조사에 나선 시점과 그 배경을 놓고 억측이 무성하다.

당장 외국 언론은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안좋은 여론을 의식한데서 나온 조치로 외국자본 차별”이라고 쏘아붙였다. 안그래도 ‘외국인 이사 수 제한’과 ‘5%룰 강화’ 문제로 시끄럽던 차에 이번 건을 엮어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특히 조사 시점이나 사무실에 들이닥쳐 압수수색하는 방식에서 볼 때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조세권 행사는 존중돼야 한다. 사실 뉴브리지, 칼라일 등 투기펀드들이 제일, 외환은행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1조원 이상 차익을 거뒀지만 세금 한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 자본들이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등 조세회피(헤이븐) 지역을 활용했다지만 자금 형성 과정과 매각 대금을 회수하는 흐름 속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를 철저히 파악하는 게 국세청 몫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외국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칼’을 빼든 만큼 미숙한 일처리로 칼날이 무뎌져서는 안될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글로벌 자본 플레이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할 작업임에 틀림없다.

/ ucool@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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