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대기업 사무실에서 외국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토종기업’에 정규사원으로 입사,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현장에서 실무를 익혀가면서 활약하는 외국인 직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은 바로 현대모비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국인 사원 진경 대리(29).
진대리의 고향은 중국 하얼빈으로 부친은 현재 하얼빈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난 98년 중국 명문 공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베이징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2001년 11월 현대모비스에 입사했다.
“중국에 사랑하는 가족들도 있었고 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동경하던 안정적인 직장도 갖고 있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 변신한 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인재채용에는 국경이 없다’는 인사방침을 수립하고 있던 때였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근무하면서 실무업무를 통해 나날이 경험을 쌓아간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물론 다른 대기업에서도 외국인들을 채용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란 현지에 대한 정보수집과 번역 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저는 프로젝트별로 전략회의 미팅에도 직접 참가해 팀 단위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그는 현업부서에서 ‘중국전문가’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가끔 다른 부서의 업무도 하고 있다.
우선 본사에 중국의 사업 파트너가 방문하면 통역사 역할은 기본이다. 지난해에는 베이징모터쇼에서 중국 관람객들에게 회사의 첨단 부품들을 소개하는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고 학창시절 북경 방송대학 더빙 전문 훈련 과정을 수료한 경험을 살려 회사 홍보영상물에서 중국어 더빙작업에 내래이터로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소화하고 하루하루 꿈을 실현해 가고 있는 진경 대리.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굴지의 외국자동차업체들이 활발히 진출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과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해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자동차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 한국과 중국간 자동차 산업 분야 최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게 지금 제 앞에 놓인 목표다.” 그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다.
/ pdhis959@fnnews.com 박대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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