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택지공급 확대 충분한 검토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7 12:51

수정 2014.11.07 19:12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을 비롯해 경기 과천과 안양을 잇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치솟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나 세무조사와 같은 규제 및 단속 위주의 단기 대책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길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울공항은 뛰어난 입지에다 환경이 좋아 이미 오래 전부터 경기 판교를 능가하는 서울 강남의 대체신도시로 주목돼 왔다. 특히 경기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 서울공항을 연결해 개발할 경우 규모가 1000만평에 달해 시너지 효과가 강남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공항 부지가 신도시 등으로 개발될 경우 또다른 수도권 과밀화를 초래하면서 심각한 교통난 등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투기가 일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시장을 달구는 악순환을 반복할 여지도 적지 않다. 서울공항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정책적 검토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한부총리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즉흥적인듯한 모습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부총리의 발언 직후 재경부가 서울공항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없다고 뒤집은 것은 부처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없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어서 정책 혼선마저 우려된다. 군사적·외교적 중요성과 함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서울공항 개발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결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풀어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수많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이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효과밖에 거두지 못했던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천 의지가 결여된 섣부른 정책 발표는 오히려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장의 내성만 키울 뿐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이상 흔들림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파장이 큰 정책일수록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혼란을 없애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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