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내놓은 올해 경제전망은 “6월 이전 경기저점을 통과하면서 경기는 서서히 회복되겠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경기하강 국면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기회복 속도에 탄력이 크게 붙을 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요인이 적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성장률을 4%로 내다보면서도 경기가 바닥을 통과할 수 있다며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정부에 던지고 있는 셈이다.
KDI는 이에 따라 확장적인 현재의 재정정책기조를 유지하고 통화정책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물가흐름에 따라 조정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6월 이전 경기저점 통과=올들어 경제주체들의 얼어붙었던 심리가 빠른 속도로 해빙되고 있는 것에 화답을 하듯 KDI는 상반기중 경기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3월에서 6월사이 어느 지점에선가 최저 꼭지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혀 이미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KDI는 “수출 급증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내수 침체가 완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의 하강국면이 점차 마무리되고 있다”면서 “경기선행지수 증가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데다 소비자와 기업들의 체감지표들도 크게 개선되고 있고 서비스생산 증가율도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계속됐던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도 경기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KDI는 해석했다. 민간소비는 이미 지난해 4·4분기에서 감소세를 멈춘 채 증가세로 반전했고 산업 전반적으로도 점진적으로 경기저점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으로 KDI는 파악했다.
연구를 총괄한 조동철 박사는 “지난 2월까지는 소비자 동행지수가 계속 하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기대지수는 급격히 상승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종합해 생각해 보면 3월에서 6월 사이에 경기저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성장률 5% 달성은 ‘난망’=올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친다고 해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5%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KDI의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전망했던 4%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최근 민간연구소 등이 잇따라 성장률 전망을 올리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전망치는 지난해 말 전망보다 높였지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말 2.8%전망에서 올해는 0.6%로 무려 2.2%포인트나 낮춰잡았다. 건설투자 회복 여부가 올해 경기회복에 이은 성장률의 큰폭 상승을 위한 열쇠임을 강력히 시사한 대목이다.
올 상반기에는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회복해도 수출과 건설투자 증가세가 둔화돼 성장률은 3%대 초반에 그치지만 하반기에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증가, 4%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박사는 “경제주체들의 심리호전과 민간소비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고 실질 구매력도 개선되고 있어 내수 전망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환율·고유가가 관건=수출 둔화에 따른 공백을 내수가 메우면서 성장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과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한다고 KDI는 지적했다.
KDI는 환율이 5% 하락하고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GDP는 0.48%, 경상수지는 76억6700만달러가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경제 성장률도 0.1%포인트가 하락하면 GDP는 0.58%가 감소하고 경상수지는 77억9200만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환율 하락은 부문별·산업별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결과가 혼재돼 나타나지만 유가상승은 경상수지는 물론 내수에도 부정적 영향만 준다고 분석해 고유가가 경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조박사는 “소비자물가만 봤을 때 환율하락은 유가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막아주는 효과는 있다”며 “그러나 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은 GDP와 경상수지를 모두 축소시키고 그 중에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가의 상승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의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예산의 조기집행에 따라 확장적인 모습을 보이는 연간 재정정책 기조는 적절하지만 종합투자계획 사업의 효율적인 선정 및 집행에 더욱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점진적인 경기회복 가능성과 현재 계획돼 있는 올해 집행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이후 추진될 민자유치사업의 경기조절적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종합투자계획의 사업선정 및 집행과정에서 사업자체의 효율성 제고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또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경제상황을 봐서 정책기조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당국에 신고토록 하는 '5%룰'은 내외국간 차별이 없고 선진국도 이미 도입한 규정으로 바람직한 제도라고 평가하고 다만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5%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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