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이젠 금융허브다-전문가 좌담회]“정치안정·시장 투명해야 금융허브 가능”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8 12:51

수정 2014.11.07 19:11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금융허브 로드맵 발표1주년을 맞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중간점검하고 국내외 금융기관의 준비상황과 전략 등에 대해 살펴보는 관련 시리즈를 총 27회에 걸쳐 게재했다. 본지는 ‘한국경제 새 성장엔진, 이젠 금융허브다’시리즈를 끝내면서 국내외 전문가 4명과 선결과제와 실현조건 등에 대해 토론하는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 금융허브가 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무엇인가.(예를들면 정치적 안정성, 맨파워, 법적시스템 등)

▲로이겐 뢰플러 하나알리안츠 CEO=우선 정치적 안정성이 제일 중요하다. 다음으로 효과적이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법적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이와함께 투명한 자본시장과 투자자보호, 금융회사들이 효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감독정책이 필요하다.

▲탄키지압 난양공대 교수=정치적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에 동의한다.
또 법적시스템과 함께 영어와 만다린어(중국 보통어)를 잘하는 인력도 필수적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금융허브가 되기위해서는 우선 외국금융기관들이 많이 들어오도록 하는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 규제감독 선진화 등을 통해 외국금융기관이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한국이 동북아지역 금융허브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비올레타 키유렐 ING총괄본부장=물론이다. 한국에 동북아금융허브는 매우 적합한 목표다. 충분히 금융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탄키지압=동의한다. 한국은 동북아지역 금융허브가 될 많은 이유가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 등 실제적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환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뢰플러=한국이 스스로 금융허브를 건설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동북아에서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규모가 큰 중국과 일본이 이 지역에 버티고 있기 때문인데 만일 싱가포르처럼 많은 작은 경제주체들이 받쳐줄 수 있다면 허브는 더 쉽게 이뤄질 것이다.

▲박=성공할지 못할지는 지금 말할 수 없다. 금융허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추진과정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가능성이 있다고(또는 없다고)보는 이유는.

▲뢰플러=한국은 이미 금융허브를 위한 환경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금융시장은 크고 여전히 발전할 잠재성도 풍부하다. 한국시장이 이미 매력적인 비즈니스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 금융기관들을 유치하기 더욱 쉽다.

▲탄키지압=한국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형국가보다 경제사이즈가 크고 동북아지역에서 요구하는 국제거래와 금융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다.

▲키유렐= 마찬가지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경제성장국 중의 하나며 아시아에서 외국인투자가로부터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 선결해야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박=외환자유화가 더욱 잘 이뤄져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외환 및 자본거래 규제가 남아 있는데 원화거래를 하는데 있어 제약이 있으면 안 된다. 두번째로는 우리나라 금융인력 문제도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키유렐=외환규제정책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안정된 규제체계나 예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뢰플러=우선 한국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 국제적인 금융회사를 위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투명한 법과 규제를 통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규제와 함께 외국투자가에 대해 호의적이고 오픈된 태도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국제적인 문화의 장(場)같은 매력적인 생활환경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탄키지압=한국정부는 한국투자기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펀드매니지먼트사업을 건설하기 위한 펀드를 장려해야 한다.

―한국은 지역금융허브를 추구하고 있다. 어떤 분야를 특화시켜 가야 한다고 보는가.

▲박=자산운용쪽이 비전이 있다. 우리나라가 구조적으로 저금리시대에다 노령사회에 접어들다보니 자산운용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외환시장이나 다른 분야의 경우 우리나라의 현재상태에서 다른나라와 비교할 때 비교우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자산운용시장은 아시아에서 발전단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다.

▲뢰플러=자산운용과 사모펀드, 기업채권과 주식파이낸싱을 추천한다.

▲키유렐=주식시장과 자산운용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탄키지압=한국의 거대한 국제교역량과 한국과 중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부자들을 감안할 때 펀드매니지먼트와 프라이빗뱅킹이 한국의 성숙한 경제에 핵심경쟁력이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와 경쟁 상대다. 서울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뢰플러=홍콩과 싱가포르는 영어능력뿐만 아니라 법적규제시스템 역시 역사적으로 영국배경을 이용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는 중국에 속해있어 중국시장을 서비스하는데 이점이 있다. 때문에 한국은 경쟁자의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탄키지압=한국이 모든 아시아 금융허브와 경쟁할 필요는 없다. 궁극적으로 글로벌허브가 되는 게 목표라 할지라도 지역적 경제적 특성에 맞는 틈새시장을 찾으면 된다.

▲키유렐=아직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볼순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의 금융허브 구상에 대해 국내는 회의적인 반면 외국시각은 긍정적인 것 같다. 이에 대한 의견은.

▲탄키지압=한국인들은 금융허브를 추진하면서 더욱 글로벌한 관점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감의 결여는 특히 영어구사능력의 부족때문이라 생각되는데 정책입안자들이 이를 위한 비전과 통찰력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

▲뢰플러=한국처럼 외국인들 역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허브가 되기위해서는 돈이 들어오고 나가야 하는 게 자유로워야 한다. 반면 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규제도 필요하다. 이를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박=규제가 많이 있다면 금융허브가 될 자격이 없다. 우리나라는 자본유입에 대해서는 인식이 좋으나 유출에 대해서는 나쁜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본이 들어올 수도 있고 나갈 수도 있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

▲탄키지압=둘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돈세탁이 자유로운 자금흐름때문에 나오는 현상은 아니며 규제는 불법 돈세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필요하다.

▲뢰플러=자본시장 참가자를 보호하고 남용을 막는 것은 금융허브의 주요역할이다. 차별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면 비즈니스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규제는 문제가 안 된다.

―한국은 한국투자공사(KIC)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공기업도 민영화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기구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회의도 있다. 바람직한 운영방향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뢰플러=KIC가 리스크·수익최적화라는 목적으로 자산을 투자한다는 게 중요할 것이다. 정치적 간섭이 없다면 공기업이라고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KIC의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탄키지압=KIC가 한국에서 펀드매니지먼트 사업을 촉진시키고 최적의 수익을 내기위해선 우선 ‘케이크를 만들고 난 후 먹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즉 먼저 자산운용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박=외국금융기관의 국내유치를 촉진할 수 있는 측면에서 KIC의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그러나 공사이다보니 정부로부터 독립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러나 독립성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한국의 재정경제부는 지난 3월31일 올해 안으로 43건의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 또는 개선키로 했다. 이에대한 평가는.

▲키유렐=원칙적으로 규제완화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완화하지말고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탄키지압=마찬가지다. 규제완화는 환영하지만 단계적이고 연속성있는 규제완화가 더욱 중요하다.

▲박=규제완화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예를들면 우리나라는 외환거래 자유화 정책을 펼치다가 자본유출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밀려 정책을 뒤바꿔서는 안 된다. 이는 대외신인도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사수 제한 등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대한 의견은.

▲뢰플러=기업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위한 마지막테스트다. 실제로 좋은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부는 필요할 때 나서야 한다. 물론 시장 통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결국은 외국자본이 이익을 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키유렐=문제를 제기한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지적에 동의한다. 국내외 자본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이며 결국 국가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정리=scoopkoh@fnnews.com 고은경기자
◇참석자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외교통상부 금융부문 통상교섭 전문위원
탄키지압 난양공대 교수

▲영국 East Anglia 대 경제학 박사

▲ASEAN 경제감독 부문 책임자,ADB 컨설턴트

▲싱가포르 국립 난양공대 교수
비올레타 키유렐 ING총괄본부장

▲부크레슈티 경제학회 회장

▲네덜란드 ING 부장, 루마니아 ING 금융서비스 이사 역임

▲루마니아 ING생명 이사회 맴버 겸 ING그룹 Global Pension 총괄 본부장
로이겐 뢰플러 하나 알리안츠 CEO

▲뮌헨 알리안츠 자산관리 사장

▲알리안츠 자산관리 홍콩지사 사장

▲제일생명 자산운용 및 위험관리 최고정보관리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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