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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 실태]“유령서류로 수수료 요구”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8 12:51

수정 2014.11.07 19:10



“저도 부동산업무를 하지만 꼼짝없이 당했어요. 완전히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땅 사기집단’입니다. 그나마 큰 돈을 사기당하지 않아 천만다행입니다.”

올초 동서고속도로 경기 가평균 설악면 설악IC 인근에 있는 1100평의 땅을 원래 주인과 함께 평당 15만원에 팔려고 인터넷에 내놨던 민경훈씨(가명·35)는 지난 14일 기막힌 토지사기 사건을 당했다.

―사기를 어떻게 당했나.

▲휴대전화 한통으로 시작됐다. 14일 오전에 자신을 중개업자라고 소개한 한 사람이 휴대전화를 통해 “땅을 급하게 구매할 투자자가 있으니 빨리 서류 한장을 떼어 팩스로 보내 달라”며 다급하게 부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가 부동산협회에서 발급한다는 ‘시세확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세확인서라는 게 실제로 있나.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워낙 다급하게 이야기 하기에 일단 원래 땅주인에게 중개인을 자청하는 사람의 휴대전화와 팩스번호를 알려줬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

▲저는 통화할때 수수료라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만약 수수료를 내라면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땅주인은 순진하게 시세확인서를 떼어주는 공인중개업소가 있다는 말을 믿고 35만원을 입금시켜줬다.

― 이상하다는 생각은 언제 들었나.

▲오후에 다시 땅주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수수료를 보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중개업자라고 자청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던가.

▲전화를 순순히 받았고 옆에 있다고 하는 투자자까지 바꿔주더라. 투자자는 그러면서 자신도 시세의 얼마를 남겨 먹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에게 되팔수 있는 ‘재매매계약서’를 요구했다. 또 이 서류를 발급대행해 주는 중개업소에 수수료로 150만원을 줘야 한다고 했다.

―찾아갈 생각은 없었나.

▲사기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나자고 했다. 그리니깐 상대방에서도 기꺼이 만나주겠다며 지금 서류를 대행해주는 공인중개업소에 있다고 했다. 또 친절하게 지하철 강남역 3번 출구로 나오면 XX공인이라는 간판이 보인다고 했다.


―직접 만나 돈을 돌려 받았나.

▲곧바로 택시를 타고 현장에 갔다. 정말로 XX부동산이 있더라. 설마하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가 중개인 이름을 댔다.
그런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런 일로 찾아온 사람만 해도 수십명이 넘고 하루에 팩스도 수십장씩 들어온다”며 딱한 표정을 짓더라. 사무실도 없이 휴대전화만 가지고 영업하는 기획부동산업체에 감쪽같이 당한 것이었다.

/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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