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기업엔 사계절이 없다/박형준 산업1부장·부국장대우

박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8 12:51

수정 2014.11.07 19:10



한국 금융의 중심지인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는 벚꽃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흩날리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했는데 어느덧 한 순간에 지고 있다.

여의도공원과 한강둔치에는 찰나에 피고 지는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몰린 인파로 올해도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순간의 일이 되고 있다.

삼라만상이 그러하듯 기업활동도 이런 자연의 섭리를 좇고 있는 것 같다. 일년 계획은 연초에 세우지만 본격적인 경영활동은 봄부터 시작한다.


기업 총수들이 올 연말에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봄 경영 활동에 바쁘다. 자연의 봄과 함께 기업의 봄 경영도 완연히 느껴지는 계절이다.

연초 세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글로벌화’와 ‘고품질’ 경영에 초점을 맞춰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전시회에서 디자인 제일주의 경영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대통령의 터키 방문을 수행, 현지법인과 현장을 돌며 고품질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앞서 인도 공장과 미국의 앨라배마 공장도 방문해 품질경영을 직접 챙겼다.

최태원 SK㈜ 회장은 터키에서 에너지와 정보통신 관계자들을 만나 민영화를 추진중인 트루크 텔레콤의 지분 참여 방안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올 들어 4차례나 출국, 계열사 해외사업 지원에 적극 나섰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공사 수주를 위해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미래 비전을 모색하고 신규사업 발굴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두고 단순히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의 성장 동력이 글로벌화에 있음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내수가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침체경기의 장기화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이 내수로 성장하던 시대는 오래 전 이야기다. 삼성, LG, 현대차 등은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삼성전자는 85%, LG전자는 80%에 달한다.

열린세계에서의 기업 경쟁력 강화는 매우 절박한 과제다. 이 때문에 기업 총수들은 해외법인을 방문, 격려하고 상품의 무결점화를 주문하기도 한다. 경영자들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 글로벌 경영을 심도있게 추진하고 있다.

경영자와 기업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산 상품=저가 제품’이라는 이미지는 많이 불식됐다. 일부 국산제품은 세계시장에서 명품으로 인정받을 만큼 품질도 향상됐다. 하지만 기업인은 힘겹게 쌓아 놓은 명성이 순간의 방심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끊임없이 점검하고 독려하고 있다. 그룹 총수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며 앞다퉈 외국행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순간에 자취를 감추는 벚꽃같은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해외언론도 국내 그롭 총수들의 해외방문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번에 대통령이 방문했던 독일, 터키 등의 언론도 한국기업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외국으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만큼 견제 받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나 반도체에 대한 특허분쟁, 상계관세부과 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21세기 지구촌은 경제전쟁으로 뜨겁다. 하지만 기업은 자연의 섭리처럼 분명하다. 오직 ‘정글의 법칙’에 의해서만 입지가 확보될 뿐이다.

세계시장에선 최고의 상품과 최고의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톱이 되어 ‘글로벌 선두 군단으로 편입 되느냐 아니면 시장에서 퇴출 당해 사라지느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그룹 총수들의 바쁜 행보는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기업 총수들의 이런 모습이 아름답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또 결실을 맺는 가을, 겨울로 사계절은 순환한다. 하지만 기다리기만하는 경영자와 기업엔 사계절이 오지 않는다. 일년내내 겨울로 이어질 뿐이다.
기업은 오너와 경영자, 종사자들간에 끊임없는 노력과 사랑으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다. 글로벌 톱을 향한 그룹 총수들의 부지런한 행보에 갈채를 보낸다.
정부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 hjbar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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