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기획부동산 실태]법인까지 내고 조직화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8 12:51

수정 2014.11.07 19:10



기획부동산업체는 주로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벌써 3년째 이러한 기획부동산 업체의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주부 C씨(37)로부터 들은 이들의 영업전략은 이미 사기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다.

C씨가 이들 기획부동산 업체의 홍보직원으로 일하면서 받는 수당은 점심값을 포함해 하루 3만원 수준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단순히 전화를 통한 홍보도우미 역할만 해서 그다지 큰 부담을 갖지않고 시작했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남역에 위치한 A사의 사무실에서 투자설명회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회사로부터 호출이 온다. 이날은 특별히 일명 ‘바람잡이’ 역할이 C씨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A사의 경우, 다단계 형태를 띤 기획부동산 업체다. 투자설명회장에서는 이달에 대규모 토지를 판 주부투자가에게 10∼20%의 수수료를 직접 금쟁반에 담아 현금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시상식’ 장면이 벌어진다. 물론 텔레마케터 C씨가 그 주인공이다. C씨는 “그냥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일단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눈앞에 오가는 걸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이 뒤집히게 된다”며 “알고 보면 매각한 토지의 20% 이상을 회사측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원주택 컨설팅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A업체의 J모 사장은 자신 역시 이같은 기획부동산으로 인해 지금까지 여러번 피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A사는 지난해 경기 양평 일대에서 1000여평의 토지를 매입해 도로공사 및 기반공사를 통해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앙선 복선 이슈로 양평 일대에 개발호재가 일자 기획부동산들이 대거 몰려와 양평 외곽지역의 양동과 단원 쪽의 쓸모 없는 토지들을 평당 5만∼6만원에 대량으로 매입, 평당 20만∼30만원 수준에서 매각하기 시작했다.

당초 A사가 매입하려 했던 땅도 덩달아 3∼4배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격으로 부지를 매입해봤자 손실이 불보듯 뻔하다고 판단한 J사장은 초기 투자비용의 손실을 감당하고 단지화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같은 사례는 단지 양평뿐만이 아니다”며 “충남 태안이나 제주도 같은 토지허가거래제 미실시 지역을 중심으로 기획부동산들의 횡포로 인해 3∼4건 이상의 사업을 초기단계에서 포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피해사례는 대부분이 서민층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가해자인 기획부동산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게 법무법인 TLBS 김형률 변호사의 얘기다.


김변호사는 “과거에는 기획부동산의 사업자가 개인명의를 사용해 투자가들을 모집했기 때문에 문제발생시 개인에 대한 사기죄를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쉬웠던 반면, 최근에는 업자들이 주로 법인설립을 통해 활동하고 문제발생시에는 회사를 부도내고 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피해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입한 물건에 문제가 있는데 제조 회사의 실체가 없는 회사라면 클레임을 걸어 보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김변호사는 “당초 예상한 것과 실제가 다르다고 판단될 때 부동산을 매도한 측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소위 기획부동산은 사고발생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자산을 구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서민들의 피해는 100% 자기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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