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노사정 대화’ 또 깨서는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9 13:01

수정 2014.11.07 19:09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법안에 대해 노동부와 다른 의견을 표명하고 이에 대해 노동부 장관이 강경 발언으로 맞섬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노사정 대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동부 장·차관은 물론 대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국회의원들조차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폄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대화를 통한 합의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양대 노총은 인권위원회가 제출한 의견을 가이드라인으로 협상할 것을 청와대에 요구하는 한편, 협상 파트너인 노동부 장관의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 앞에서 비정규노동법 개악 저지 대회를 연데 이어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 및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기로 했다.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장을 박차버리고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일단 협상을 전제로 대화에 임한 만큼 양대 노총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줬어야 한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이 있자마자 대화를 중단하고 나섬으로써 과연 이들이 대화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양대 노총의 행보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인권위의 태도다. 대통령 직속기구라고는 하지만 노동부와 마찬가지로 정부기구의 하나인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인권위가 인권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렵게 마련된 노동부의 법안에 대해 인권 보호라는 원칙만을 중시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서투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양대 노총과 노동부가 대화의 장까지 마련한 마당에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등 노동계가 주장해온 사안의 명문화 필요성에 손을 들어주는 의견을 밝힘으로써 노사정 대화를 난항으로 몰아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인권위는 노동부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에 앞서 노동부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쳤어야 마땅하다.
노동부가 막무가내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려는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터이므로 더욱 그렇다. 노사정 대화는 재개돼야만 한다.
노동부는 물론이고 청와대도 파국을 피하기 위해 노동계가 다시 대화의 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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