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환율지식은 모든 경제지식의 1/3]환율급변은 ‘경제의 지진’

이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0 13:01

수정 2014.11.07 19:07



타고난 도박꾼이 외환 딜러가 된 재미난 얘기가 있다. 바로 신한은행 배진수 부부장의 얘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와 초상집을 휩쓸고 다니며 은행 직원들의 돈을 다 긁어 모을 정도로 유명한 포커 선수였던 그는 결국 인사담당자의 귀에 들어가 국제부에서 외환 딜러를 구할 때 후보 영순위로 발탁됐다. 환상적인 패가 들어오든 최악의 패가 들어오든 좀처럼 얼굴에 그 심리를 드러내지 않는 배씨의 포커페이스야말로, 시장에 몰입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그래서 시장의 작은 흐름보다는 큰 흐름의 변화 조짐을 놓치지 않는 외환딜러의 필수조건이었던 것이다.

굳이 포커페이스를 지켜야 하는 외환딜러가 아니더라도, 요즘엔 환율을 모르곤 경제를 안다고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환율의 문외한과 전문가 모두를 위해, 연합뉴스에서 금융 전문기자로 활약해온 최기억씨가 ‘환율지식은 모든 경제지식의 1/3’이란 책을 냈다.
“환율은 금리, 주가와 함께 경제를 읽는 키워드다. 금리와 주가가 지진과 화산활동처럼 국지적이고 표면적인 지각변동이라면, 환율은 대륙판을 움직이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다.”

연초 주가의 상승 랠리가 거듭되면서 당장 회생할 것 같던 우리 나라 경제도 달러화 약세가 가져온 거대한 파도에 순식간에 휩쓸리고 만 것을 보면, 환율이 모든 경제흐름을 새로 쓰게 만드는 기본 도화지와도 같은 것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이 책은 ▲97년 한국이 외환 위기에 처한 이유 등의 초보적인 기초 외환 지식부터 ▲뉴스를 통해 환율 정보를 얻는 법 ▲뉴욕 주가, 무역수지, 정치 스캔들과 같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나아가 개인 환테크를 위한 환율 예측과 전망법에 이르기까지 환율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환율이 우리에게 절실한 경제지식이라는 점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80여 명의 딜러가 24시간 차익을 남기기 위해 딜링룸에서 피나는 눈치 경쟁을 별이는 서울 외환시장의 뒷 얘기 등은 환율전문서적답지 않게 독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동시에 환율이 딜러만의 얘기는 아니라는 것, 자녀를 유학보낸 부모들, 해외 관광객들, 그리고 무엇보다 수출과 수입이 매상에 직결되는 기업들 모두에게 환율은 피부에 와닿는 얘기임을 보여준다. 그들을 위해 저자는 풍부한 사례제시도 잊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이동통신단말기 제조판매업체인 팬택& 큐리텔의 환율변동보험 성공사례가 그 예다.

“2004년 2월 26일에 보장환율이 1,192원인 환율변동보험에 든 이 회사는 작년 말 결제환율이 1,053원으로 보장환율에 비해 139원이나 낮았지만, 보험사로부터 20여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저자는 생생한 외환시장의 사례부터 선물·옵션 거래에 이르는 전문 영역까지, 모두가 알아야 할 경제상식으로서의 환율지식을 풀어놓았다.


환율이 오르면 당장 타격을 입는 것은 수출업체다. 수출이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최악의 패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불안과 실망감을 표출하기 보단, 환율의 생리를 냉철히 파악해 보다 큰 경제의 흐름을 읽도록 포커페이스를 갖추는 것이 현명한 일인 지도 모르겠다.

/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