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동북아 허브,싱가포르와 다르다/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5 13:02

수정 2014.11.07 18:57



선택과 집중에 의한 중·장기 국가 발전계획은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정부가 그간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국가 핵심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국가 대계가 최근 안팎으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4월 초 프란스 햄프신크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2005년 무역장벽보고서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 자리에서 햄프신크 회장은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프로젝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동북아 허브전략에 대해 만약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이 전략이 임시변통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핵심전략을 혹평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몇몇 경제자유구역을 단편적으로 개장하는 것으로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자본의 큰 물줄기를 한국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 허브전략에 대한 비판은 비단 햄프신크 회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는 국내 상당수 논객도 제한적인 개방체제에 비판적이다.

이 외에도 항만개발과 자유무역지역이나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소외된 지방단체와 지역주민들 역시 특정 지역에 한정하는 허브전략에 반감을 나타낸다.

이런 논객들과 반감자들은 햄프신크 회장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다수 나라 밖 시각도 이런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우리나라의 현실과 괴리돼 있다.

우리나라 전체를 자유무역지대화 할 수 없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토지 소유의 불균등과 이에 따른 높은 자본이득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땅 소유자 상위 10%가 전체 토지의 7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 99년부터 5년간 토지가격 상승으로 거둔 자본이득이 265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높은 자본이득은 불균등한 토지소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토지소유의 불균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가상승은 피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의 자유무역지대화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우리의 국가규모가 싱가포르와 홍콩 등과 비견될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 전체를 자유무역지대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한다. 인구면에서도 우리나라는 결코 소국(小國)이 아니다.

이에 따라 비록 국토가 협소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역간 산업이 다양하고 문화가 독특히다. 이런 특성으로 말미암아 획일적인 질서와 제도가 통용돼야 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자유무역지역에는 통상 국가 유공자나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배제된다. 그러나 이런 배제 원칙을 전국에서 실시하는 것은 권장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주휴 무급제와 근로자 파견 대상 업종 및 기간 확대와 같은 노동규제 정책 역시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사안이다. 영어의 공용화 또한 인구 규모가 크고 문화가 다양한데 전국에 걸쳐 실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원, 인력 및 시간적 제약 때문에도 전국 규모의 자유무역지대 추진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위협은 단기간 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허브전략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동북아 허브전략은 도시국가 성격의 싱가포르와 홍콩과 달라야 하는 바, 동북아 역내 경쟁력을 갖춘 공항과 항만지역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의 조속한 항만·공항 배후단지개발과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우리의 동북아 허브전략이 본 궤도에 올라서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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