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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스템 중복투자 우려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6 13:02

수정 2014.11.07 18:55



오는 12월 퇴직연금제 본격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의 기록관리(Record Keeping·RK)를 담당할 시스템개발이 기업별·금융권별로 제각각 추진, 중복투자가 우려된다. 이같은 중복투자에 따라 수수료 인상과 가입자의 편리성 악화가 예상돼 퇴직연금의 안정적 정착도 위협하고 있다.

또한 RK시스템 개발의 난립에 따른 투자지용 증가는 물론 유지비용의 지속적 증가, 개별 시스템간의 상환성 오류로 인한 퇴직연금 통합관리마저 힘들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시스템 자체개발 난립=퇴직연금제 방안이 논의되던 지난해만 해도 공동 RK시스템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각 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투자비용에 상관없이 자체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시스템을 구축중인 곳은 증권전산과 금융결제원, 보험개발원,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5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결제원이 가장 먼저 지난 15일 시스템제공 업체인 D사와 110여억원에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나머지도 업체들도 오는 11월까지 자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는 전략 아래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자체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주된 이유는 RK시스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퇴직연금 시행 후 초기 수익발생이 어려운 구조에서 자체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수익성 악화로 수수료 증가 등 수요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증권·금융·보험 업계가 공동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지만 업계간 합의도출이 쉽지 않다”며 “수익창출이 어려운 RK시스템 개발이 ‘황금알을 낳는다’는 착각을 하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스템 개발을 준비중인 5곳 이외에 대한생명은 보험개발원 등과의 공동개발이 어려울 경우 자체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을 비롯, 생명보험·손해보험회사 10곳이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만약 공동개발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자체 독자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축비용 증가…수요자 부담증가할 듯=개발업체들이 RK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시스템구축 비용은 업체당 100억원 안팎에 이르고 있다. 5개업체가 모두 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순수 시스템 구축비만 5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여기에 인력비용 등 개발운영비를 합칠 경우 개발업체 1개사당 연 20억∼30억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 비용에 비해 향후 수익발생 구조는 취약할 것이란 분석이다.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의 RK업무 수수료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기록관리 수수료를 포함한 운용관리기관의 수수료는 가입자당 연 3만∼5만원 수준이며 순수한 기록관리 수수료는 운용관리기관 수수료의 10%선인 연 3000∼5000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RK시스템 개발업체의 기록관리시스템 수수료가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초기 수익구조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시스템 수수료에 의한 5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려면 10만명(연 수수료를 5000원 가정), 5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려면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시스템 구축비용에 100억원을 투입할 경우 200만명의 가입자가 확보돼야 수익구조가 맞춰지는 셈이다. 여기엔 연간 운영비용 20억∼30억원을 감안하면 초기 몇 년간 수익발생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 확실하다.

결국 각 개발업체들의 수익구조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각 개발업체들은 RK시스템 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지만 업체별 경쟁심화로 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지금이라도 RK시스템을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권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이미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인 수익구조를 위해선 시스템 통합이 절실하다”며 “늦어도 5월까지 통합이 이뤄질 경우 오는 11월까지 시스템 구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퇴직연금 기록관리시스템’이란=퇴직연금사업자(근로자 및 사용자)와 금융기관(연금 자산관리기관·운용관리기관·상품제공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허브시스템으로 근로자 연금자산의 수급권을 관리하고 사용자의 부담금 적립여부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다. 일명 ‘기록관리(Record Keeping·RK)’ 시스템으로 기업의 공시 및 재무기록의 보급, 세무 회계 보고, 근로자 교육, 급여 수표의 분배 등 퇴직연금관련 제반 사무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분야로 퇴직연금제 시행의 필수 인프라다.
특히 퇴직연금시스템을 관리할 기록관리사업자는 근로자 개개인의 퇴직연금관련 기록을 일괄 관리해 근로자의 이직에 따른 연결성을 확보하는 등 퇴직연금제도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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