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대세로 굳어진 ‘세자리 환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6 13:02

수정 2014.11.07 18:55



원·달러 환율이 7년5개월 만에 1000원선이 무너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반면 대외 변수에 극히 취약한 우리 경제가 900원대 환율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새로운 각오와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달러화 공급 과잉 등으로 원화 절상(환율하락)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들어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3.1%나 높아진 반면 유로화와 일본 엔화는 오히려 4.39%와 3.93% 떨어졌다. 이로 인해 엔화 환율 역시 1대 10선이 무너졌다.

환율이 이처럼 떨어지고 있는 것은 달러화가 그만큼 약세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와 국내 시장에서의 달러화 공급 과잉도 원인의 하나로 꼽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이른바 무역·재정의 쌍둥이 적자에 따른 달러화 약세에 있다. 따라서 이른 시일안에 달러화 가치가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원·달러 환율 역시 오르기보다는 계속 떨어진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세자리 환율에 얼마만큼 버틸 수 있느냐 다시 말하면 환율 내성(耐性)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갖출 수 있느냐에 있다. 물론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 역시 그만큼 떨어져 내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05% 하락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더군다나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지금도 소비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수입물가 하락이 내수에 미칠 긍정적 영향 역시 극히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지난해 20.7%였던 세계 상품교역 증가율이 올해는 6.5%로 둔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 우리 수출산업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수출까지 둔화된다면 올 목표인 GDP 성장률 4% 달성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외환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세자리 환율이 대세라는 점을 수용, 올 경제운용부터 거기에 맞추어 다시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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