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NEET족’ 해소 시급하다/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7 13:02

수정 2014.11.07 18:52



청년 실업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고 있다. 우리 사회 실업자의 절반 가까이는 청년실업자들이다. 그야말로 청년 백수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는 ‘청백전’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통계에 잡히는 청년 실업자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교육을 받거나 일 할 의지도 없이 무위도식하는 이른바 청년 무직자인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업 통계에서 빠지는 이러한 청년 세대의 구직 포기자까지 넣을 경우 국내 청년 실업률은 10%가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NEET족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 있다.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드니 일찍이 구직을 포기하는 것이다. 노동 시장의 구조 변화와 차별하는 장벽도 문제다. 기업에서는 초기 훈련 비용 등이 많이 드는 신입사원보다 경력직을 더 좋아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편으로 임시직을 활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나 학력 제한 등 구태의연한 취업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출세 지향의 사회 분위기도 청년 무직자 증가의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그야말로 새벽부터 새벽까지 입시 공부에 여념이 없고 대학에 가서는 또다시 더 나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수험 공부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이다.

외형적이며 물질적 기준에 따라 일방으로 정해놓은 인생관과 직업관을 가지고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사닥다리를 오르기 위한 시험 준비로 평생을 걸고 사는 셈이다. 이는 자기에 대한 차별적인 존중과 모든 직업의 다양한 필요와 가치 그리고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승패가 분명한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그 결과 여기에 탈락하는 이들은 아예 삶에 대한 희망조차 포기하고 말게 된다. 다양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하는 수험 중심의 교육 시스템이 젊은이들의 다양한 꿈과 활력을 더욱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 형편이 나아지고 자녀 수가 줄면서 심해지고 있는 부모의 과잉보호와 과도한 기대 또한 청년들의 자립성과 진취적인 용기를 꺾는 요인이 된다.

NEET족의 증가는 무엇보다 부모 세대의 경제 부담을 가중시킨다. 또 젊은이들의 자포자기와 이에 따른 마약 중독 등은 가정 불화와 범죄를 증대시키는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됨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예를 통해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령화와 저출산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사회 소명 없이 살아가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병들게 할 게 틀림없다.

지나치게 많은 젊은 무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 좋은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국내 노동 시장의 경직된 관행과 제도도 유연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나 연령과 학력의 제한 등을 완화해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더 확대하는 게 이를 위한 선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성패와 일의 가치를 물질 기준으로 가르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연소득 1억원을 버는 ‘직업’이나 한평생 아무 소득 없이 우산을 고쳐주는 ‘봉사’도 동일한 사회 가치를 지니는 소중한 ‘일’로 언론 등에서 더욱 중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도 자율성과 경쟁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루속히 개혁돼야 한다.

이를 통해 단일 사다리 오르기로 비대해지고 있는 사교육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직업관을 어린시절부터 확립하도록 하는 인성교육 기능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개성과 창의력을 가지고 자립적이며 주체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일방적인 자식 사랑도 고쳐야 한다.

자녀들이 하는 일을 물질이나 당대의 출세 척도가 아닌 일의 보람과 가치를 기준으로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부모가 차차 많아져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부터 다양한 일의 가치와 보람을 인정해 줄 때 청년 무직자가 더 이상 늘지 않아 우리 사회의 부가가치는 체증적으로 늘어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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