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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서울국제금융포럼-라지브 비즈 프랭클린 템플턴 亞대표]세계 퇴직연금

이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8 13:02

수정 2014.11.07 18:50



퇴직금 제도의 세계적 추세는 다음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근로자가 부담하는 부양 비용의 증가와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압박 증가, 이에 수반되는 일방적인 시스템 도입의 위험성, 최고의 운용효과를 누리기 위한 자산 관리의 전문화와 제도화 등이다.

이런 공통된 추세 속에서 여러 나라의 각기 다른 규제와 구조적 틀은 문화적 차이와 더불어 각 나라마다 독특한 퇴직금 문화를 결정짓는다.

먼저 미국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의 기업연금제도가 있다. SS와 DB형 기업연금은 참여를 의무화하며, DB형 기업연금은 회사가 자산을 관리한다.

반면, DC형 기업연금은 분담금과 투자관리, 참여 여부가 모두 자율적이다.
미국은 현재 DB형으로 운용되고 있는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기업의 분담금이 낮아지고 개인별로 투자의 폭이 확대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에선 퇴직기금의 고갈 위험성과 자본시장의 불안정성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자산관리자의 역할은 다양성과 유동성이 확보된 자산설계 시스템을 공개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자유 경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영국의 연금 시스템은 정부가 관리하는 최저임금제와 기본연금제, 민간 펀드가 관리하는 관리연금제와 고용주가 관리하는 기업연금, 그리고 보험회사나 은행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용되는 사립 연금제 등이 있다. 영국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퇴직금제를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결국 퇴직자가 얻는 수입은 개인이 선택한 투자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에 따라 개인의 신용과 투자에 대한 조언이 과거보다 비중이 커진 셈이다.

일본은 3종류의 퇴직금 제도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제, 사기업의 후생연금과 공기업의 뮤추얼 연금, 그리고 기업연금(DC형, DB형) 등이다. 일본의 국민연금과 DC형 기업연금은 미국의 SS 및 401K 플랜과 유사하지만 일본에서 DC형 자산이 전체 기업연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싱가포르는 55년부터 시작된 DC형 중앙저축기금(CPF)을 갖추고 있다. 월 수입 5000달러 이하 근로자는 전체 월급의 33%를 기금에 넣고 있으며 이중 13%는 고용주가, 20%는 근로자가 각각 부담한다. 가입자는 일반계좌와 특별 계좌, 그리고 의료계좌 등 3개의 계좌를 갖고, 예치금을 정부 채권이나 투자신탁 등에 투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연금 자산은 총 43조5480억달러에 이르며 이중 뮤추얼펀드에서 관리되는 자산은 총 14조2380억달러다. 또 퇴직금제의 세계적 추세를 살펴보면 퇴직금제는 DB형에서 DC형으로, 자산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고용주에서 개인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점점 더 개인투자자들을 교육하는 자산 관리자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국민연금제와 퇴직금제, 그리고 민간에서 운용하는 자발적 연금플랜을 갖고 있다. 한국의 연기금은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가 겹치면서 연금 부담률이 커지고 국민연금의 시행이 부분적으로 이뤄지며 퇴직금제가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2월에 도입되는 퇴직연금제는 DB형과 DC형으로 운용되며, 근로자와 조합은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DB형, DC형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퇴직금제에 대한 세제혜택은 5년 동안 점차적으로 없애는 반면, 새 퇴직연금제에서는 고용주의 분담금에 한해 100% 면세를 적용해 가입을 적극 유도한다.


그러나 한국 연금제는 전세계 다양한 연금제도에 비해 기업연금제란 유일한 해결책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또 기금을 세계 자본시장에 개방하지 않는 것도 다양성 확보에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며 자산 관리자는 현재 통용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된 성공적인 투자 솔루션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라지브 비즈 대표 약력

▲델리 인도공과대(IIT) 엔지니어, 인도경영대 MBA

▲프랭클린 템플턴 아시아지역, 호주 리테일 사업팀 총괄

▲프랭클린 템플턴 아시아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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