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재건축 투기 정부가 조장?/이지용기자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8 13:02

수정 2014.11.07 18:48



건교부 주택국장이 지난 27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서울 강남지역 중층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다시 철퇴를 놓는 발언을 했다.

이후 강남 일대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공습경보가 내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손님과 한창 상담을 진행해야 할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근 ‘등화관제’ 상태에 들어갔다. 어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사무실에 있다가 기자의 노크에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친 후 얼른 커튼을 내렸다.

한참을 헤맨 후 문을 연 한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업체 대표 K씨는 “지난주에 세무조사를 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한두 곳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27일 아침 라디오 방송이 나간 후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들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는게 상책’이라며 일제히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K씨는 2주 전 문을 연 까닭에 그간 거래 실적이 없어 털어봤자 먼지날 것도 없어서 문을 열고 있지만 전날만 해도 하루 10명 이상 찾아오던 방문객이 이날 오전부터 ‘뚝’ 끊겨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K씨는 최근 정부의 재건축에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뜸 ‘정부야 말로 집값을 올리는 주범’이라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K씨는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해놓고 미리 경기 판교나 용인, 동탄 등에서 싼 값에 토지를 사들여 택지지구로 지정되면 비싼 값에 토지를 되팔며 몇배의 차익을 남기는 공사 등을 보면 정부가 집값을 부추기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비난했다. 강남 집값 상승의 중심에 있는 저밀도단지를 황금알을 낳는 고밀도 개발로 허용해준 것이나 튼튼한 아파트까지 사업 승인을 내준 장본인이 재건축조합도 시공사도 아닌 정부인 셈이다.


뻔히 예상되는 투기적 이익 속에서 재미를 본 정부가 이제 와서 집값을 잡겠다고 나서니 영이 설 리 없다. 부동산 업자들과 재건축 조합, 건설사 관계자들도 집중 매도당하는 현실에 울분이 솟구칠만도 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던가. 어쨌든 이번만큼은 부동산 시장을 확실하게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 newslead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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