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보유중인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금융지주사 규제에서 벗어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의 회계방식에 논쟁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들은 에버랜드가 올 1·4분기 보고서에서 자사가 보유하던 삼성생명 지분 19.34%에 그동안 적용하던 지분법 대신 원가법을 적용했다며 종전처럼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이 지분법 적용 배제를 통해 ‘총자산중 지분법 적용대상 금융계열사의 지분가치가 50% 이상’일 때 적용되는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벗어났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회계기준 개정으로 지분법 면제=현재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9.34%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지분법은 지분율이 20%를 넘을 때 적용된다. 그럼에도 그동안 지분법을 적용한 것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빌딩관리를 맡는 등 내부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피투자회사(삼성생명) 입장에서 중요한 내부거래일 경우에만 지분법을 적용하도록 회계기준이 개정됐다. 연간 몇백억원의 거래는 삼성생명 입장에선 중요한 거래로 볼 수 없어 에버랜드는 올해부터 지분법 대신 원가법을 적용한 것이다.
자회사 실적에 따라 지분가치가 늘어나는 지분법 대신 원가법으로 평가하게 되면 에버랜드 장부상 삼성생명 주식가치는 취득원가로 고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실적과 상관없이 에버랜드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항상 50% 이하로 유지돼 금융지주회사 적용에서 벗어나게 된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점을 내세워 같은 계열사 소속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20%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해도 중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로 판단해 지분법을 계속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새로 제정된 기업회계기준에 지분율 20%를 밑돌 경우에도 지분법이 적용되는 5개 기준중 하나인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재무, 영업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임원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내세워 지분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분법 적용하면 오히려 분식회계” 견해도=그러나 참여연대의 입장을 보는 회계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회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새로 바뀐 회계기준에 맞춰 삼성생명 지분을 원가법으로 처리했음에도 불구,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게 또다른 자의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에버랜드가 새 회계기준에 맞서 삼성생명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역(逆)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원가법을 적용해야 할 주식을 지분법으로 처리하게 되면 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삼성생명 실적으로 인해 부풀려지고 이는 결국 에버랜드의 소수주주에게만 혜택을 주는 뜻밖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에버랜드는 회계처리를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변경하면서 지난 2004년과 2003년 재무제표상의 삼성생명 투자주식 평가이익 금액을 각 3800억원, 5660억원 줄여 수정했다.
만약 다시 지분법을 적용하게 되면 이 금액만큼 에버랜드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져 또다른 분식회계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모 회계사는 “지분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또다른 분식회계”라며 “회계기준서 대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회계법인의 모 회계사는 “시민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나온데는 다분히 삼성그룹 오너 지배 구조를 깨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며 “그러나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지분법이 아닌 원가법 적용대상으로 분류한데 대해 회계업계의 중론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새 회계기준서 작성에 깊이 관여한 학계 전문가는 “외국의 경우 지분법 적용기준을 숫자로 규정했을 경우 이 기준에 밑돌면 지분법을 적용 안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불완전한 회계(Dirty Account)로 여겨지는 지분법에 매달릴 게 아니라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계열기업을 통찰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논란의 핵심인 임원 임명 건에 대해서도 레저회사인 에버랜드가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의 임원인사에 간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임원 선임에 관여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회계감독1국 유재규 회계제도실장은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라며 “개정된 기업회계기준을 만든 회계연구원에서 향후 2주내에 참여연대 질의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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