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의상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정상은 누구일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지난 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최초의 정상회담 직후 참가국 정상이 주최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입장,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 전통적 관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상들간의 첫 만남에서 이들이 주최국 전통 의상을 갖춰 입은 채 회담에 앞서 운집한 모습은 APEC 정상회담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정상들이 입을 전통의상은 그만큼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고유 문화를 전세계에 화면을 통해 알릴 뿐더러 우리 의상 및 디자인의 세계적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11월18일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우리나라의 어떤 전통 의상을 입고 세계 각국의 카메라 앞에서 플레시 세례를 받을지가 큰 관심거리다.
APEC 정상회의 준비 기획단(단장:외교통상부 장관 반기문)은 국민의 관심과 해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는 전국 각 시·도로부터 전통의상 전문가 26명의 추천을 받아 전통의상 제안서 및 견본품을 접수했다.
기획단은 6월중 출품작의 우수성을 종합해 후보작을 선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출품된 후보작들은 국내 5명뿐인 한복부문 명장을 포함, 대부분 이미 지난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서울회의와 2002년 서울월드컵 등 역대 굵직굵직한 국제행사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국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PEC 정상들이 입는 만큼 옛 왕실에서 권위의 상징으로 입던 궁중의례복을 근간으로 하고 곡선미를 담은 간편한 디자인에 전통 문양으로 품격을 갖춘 의상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복식은 고아함보다는 세련미를 우선 고려해 조선시대의 한복이 유력하다.
준비기획단은 디자인과 색상 등은 APEC 전통의상 자문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출품작품을 종합해 1벌을 선정할 방침이다. 준비단은 이를 모델로 전국의 명장들에게 바느질 등 작품제작을 맡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어느 명장의 손으로 제작되느냐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입을 전통의상을 맡게 될 한복명장 5명중 지난 1997년 제1호로 명장 자리에 오른 김영재씨(70), 지난 1998년에 제2호로 이름을 올린 류정순씨(56)와 2000년 제3호 명장이 된 이재순씨(71) 등 3명 나란히 개최도시인 부산지역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4호 명장인 대구의 김복연씨(71)와 광주에서 활동중인 제5호 명장인 고점례씨(68)의 제작도 확실시 되고 있다.
한국 전통의 선, 색상, 문양이 하나가 돼 어우러진 문화 결정체인 우리 전통의상가운데 이번 부산 APEC에서 정상들이 착용할 전통의상으로는 두루마기, 배자, 창의, 저고리 등을 전통 의상 전문가들은 가장 근접한 후보군으로 손꼽고 있다.
두루마기는 안에 별다른 착용을 하지 않고 손쉽게 걸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거론되고 있다. 자문위원인 박성실 교수(단국대 전통의상학과)는 “두루마기는 한 눈에 전통적인 옷임이 분명히 확인되고 갈아 입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각국 정상이 착용하는데 다소 부담이 적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또 “보편성을 갖춘 옷이기에 남녀를 불문하고 통일해 입을 수 있고 APEC 전례를 비춰볼 때 긴 상의를 걸쳐본 적은 없어 두루마기가 후보작으로 거론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루마기 외에 상의만 걸치는 배자도 대두되는 후보 의상 중 하나다. 조끼 형태에 태극문양, 십장생 등 전통문양을 그리거나 소매를 달아서 곡선미를 연출하면서도 간편히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특히 이전 APEC 정상회담에서는 대부분 상의 전통의상만을 착용했기 때문에 배자는 한국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전통의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광희 교수(동의대 의상학과)는 “전세계 사람들이 각국 정상들이 착용한 옷을 바라 보았을 때 가장 한국적인 냄새가 나도록 하는 것과 ‘옷이 예쁘다’라는 말이 함께 나오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우리 의상의 정통성이나 뿌리를 알릴 수 있고 편안하고 실용적인 면도 겸비한 전통적이고도 세계적인 작품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준비기획단측은 정상들이 입는 옷은 복수로 제작해 한벌은 이들 정상들에게 기념품으로 선물하고 나머지 한벌은 부산 정상회의장에 건립될 APEC기념관에 보관, 관광객들이 정상들의 촬영지를 배경으로 똑같은 옷을 입고 기념촬영할 수 있도록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victory@fnnews.com 이인욱 장승철기자
■사진설명=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정상들이 주최국 전통의상을 입고 회담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는 게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APEC 준비기획단 자문위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때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입을 우리나라 전통의상 후보작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이동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