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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미학]나는 생각한다,브랜드를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1 13:06

수정 2014.11.07 17:56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가격과 품질만으로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보고 소비를 결정한다. 세계적 브랜드 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사가 매년 발표하는 ‘브랜드 자산 가치’ 순위를 살펴보면 무형의 브랜드 자산 가치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브랜드 경영은 기업들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된 셈이다.

영국 성공회 신부인 철학자 톰 브라운은 기원전에 활동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부터 20세기 철학을 대표하는 비트겐슈타인과 칼 포퍼에 이르기까지 경영학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상가들을 초청, 브랜드 마케팅을 논의한다. 톰 브라운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브랜드는 세상을 인식하는 하나의 토대이자 우리가 세상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도구”라며 “브랜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명하고 직관적이며 창의적인 사상가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헤라클레이토스는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들 수는 없다’는 말을 통해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설파한다.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하며 브랜드 전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하라고 강조한다.

플라톤은 상품과 브랜드의 관계를 형상과 이데아의 개념을 동원해 설파한다. “벽에 비춰지는 그림자들이 다양한 물체들의 제한적이고 표면적인 투영인 것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역시 소비자로 하여금 실제적인 것의 표면적인 투영을 경험하게 해준다.” 플라톤은 브랜드가 표현과 현실에 동시에 작용한다며 브랜드의 구성 요소들은 무엇이며,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현재 이 순간 이 곳에서 어떻게 경험하고 있으며, 변화과정에서 브랜드의 존재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데카르트는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의 세계를 창출할 수 있고, 알기 쉽고 명료한 브랜드로 가득 찬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며 이를 한마디로 요약,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브랜드를 생각한다’로 압축한다. 그에 따르면 브랜딩은 단순히 로고, 디자인, 광고 등의 표현물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시장, 그리고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이성주의와 경험주의 사이를 보완하는 균형적 사고를 역설한 칸트는 “우리가 인식하는 소비자, 시장, 브랜드와 같은 범주들은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보다는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모델들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소비자, 시장, 그리고 브랜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한다.


‘다원적 접근법’을 주장한 칼 포퍼는 “단 하나만의 견해는 결코 증명될 수 없고, 보다 건강하고 실제적인 결과는 보다 많은 견해를 허용하고, 각 견해는 허용된 기준에 의한 비평에 의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브랜드와 브랜드 관리를 위한 가장 생산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확립된 견해를 공개하고 그것에 대한 지속적인 비평을 장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사고방식은 처음부터 완벽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의도했던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브랜드 요소를 제거하는 지속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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