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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미국법정에 선 한국기업들]‘법’을 알아야 미국시장서 성공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1 13:06

수정 2014.11.07 17:56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이 10조 달러가 넘는 유일한 국가이다. 이처럼 거대한 미국시장을 뚫기 위해 각국의 기업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그 성공을 계속 이어나가는 데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하고 아마도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각종 소송사건에 휘말리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법정은 세계의 법정이 되어 버렸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고 현재 미국에서 법학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동욱 씨가 엮은 ‘미국법정에 선 한국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각종 소송에 휘말려 미국법정에서 겪은 사례들을 사건의 개요에서부터 심리과정, 그리고 관련법과 판례 등을 상세한 해설과 함께 담고 있다. 저자는 대한항공 007기의 사할린 추락과 관련한 ‘둘리 대 대한항공’을 비롯하여 ‘칼슨 대 현대자동자’, ‘SEL 대 삼성전자’ 등 18 개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과거의 모범 사례 또는 실수를 되돌아봄으로써 미국 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칫 미국법정이 외국기업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미국인에게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고 생각하기 쉬운 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혀주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 007기의 추락사고로 사망한 269명의 승객과 관련한 수없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연방 대법원은 입법부와 사법부간의 균형까지 고려하며 원칙을 지켰고 마침내 대한항공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때 미연방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조심스레 읽어보면 왜 미국법정이 세계의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법정이 되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사법부는 공정한 판결을 통해서만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칼슨 대 현대자동차’ 사건(칼슨이라는 운전자가 현대의 엑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자 안전벨트장치의 문틀에 결함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의 경우에서 보듯이 미국에서는 일반인들도 상대방이 거대기업일 경우 사소한 사건일지라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상대방이 거대기업일수록 일반인들이 감정에 흔들리기 쉽다는 배심원제도의 맹점을 이용하여 거액의 배상을 받게 되므로 소송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구성원들간의 이해 충돌은 빈번하게 국경을 초월하여 일어날 것이고 이에 대한 시장의 해법은 결국 미국과 같은 계약·법 중심주의를 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기업과 비즈니스맨들은 법에 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언제 미국법정에 서더라도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책은 전체 사건의 개요를 하나의 도표로 보여주고, 상세한 용어 설명과 사건 해설을 담고 있어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매우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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