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고실업속 자영업까지 막으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1 13:06

수정 2014.11.07 17:56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 창업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업종의 경우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고 이미 운영중인 기존 업종의 전환을 유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자영업자의 26%가 적자에 허덕이고 64%는 겨우 생계만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세운 것은 당연하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과연 실행 가능한 수단인지 의문이 든다.

제과점이나 세탁소, 피부미용실 등의 창업을 위해 해당 직종 전문자격증을 따게 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다. 무분별한 창업이 자영업의 영세화와 저수익 구조의 고착화를 가져온다는 판단은 맞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창업을 억제한다면 기존 자영업 점포의 프리미엄을 높이는 결과만 가져올 게 뻔하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만 제한한다고 해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역별 업종별 자영업 경영 실태 및 상권 정보를 자영업 창업 희망자들에게 제공해 과잉 창업을 방지하는 한편, 자영업 컨설팅 지원을 통해 경쟁 취약 점포는 퇴출을 유도하고 성장 가능한 점포는 육성하겠다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강제성이 없는 민간기구의 컨설팅만으로 자영업자가 점포를 포기하거나 업종을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식 발상에 불과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청 산하인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컨설턴트협회, 프랜차이즈협회, 지역신보 등이 참여하는 컨설팅본부를 설치해 작업을 맡기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재 소상공인센터는 전국에 걸쳐 60개에 불과하다. 올 하반기에만 센터마다 3300여개의 점포를 컨설팅해야 할 판이니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이제까지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컨설팅 과정에서 각종 뒷거래와 비리가 유발될 소지도 다분하다.

정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집합한 대책을 내세우기 앞서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갑자기 늘어난 명예퇴직자나 실직자들이 적당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게 현실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가 한 원인인데도 너무 많은 창업에 문제가 있으니 창업을 어렵게 하고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식으로 자영업자의 책임만을 묻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자영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는 일부터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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