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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임금피크제]연봉 낮추고 정년보장…‘고용안정’ 도움



요즘 부산의 사상공단 입주업체들은 수출 호조로 작업물량은 늘었지만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단 내 신발, 섬유, 철강, 화학업체의 핵심 근로자들은 40∼50대가 주축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30대 근로자조차 많지 않아 생산성을 높이는데 어려움이 크다. 그렇지만 중년의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에 입주업체들은 ‘저생산성·고임금’의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업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

최근 현대차가 제조업체 중 최초로 ‘임금 피크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이 문제가 재계와 노동계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노동인구의 노령화 추세를 고려, 연령이 높아질 수록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년은 보장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임금피크제는 금융권에서 시행해 왔으나 이번에 처음 제조업체에서 도입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근로자 평균연령 갈수록 노령화=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종의 경우 근로자 평균 연령은 41.5세로 최근 10년간 5.6세 많아졌다.

또 철강, 섬유,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도 10년 전에 비해 4, 5세가 높아져 대부분 40세에 육박했다. 이에따라 노동전문가들은 고임금 인력구조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머지않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신규 인력의 진입 장벽은 높고 기존 인력의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고임금 저효율 체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국내에서도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인력 재배치와 아웃소싱 등의 방법으로 ‘제조 현장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찾지못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갖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국내 산업현장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고 있어 50대 이상의 근로자 고용조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럴 경우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을 하지않고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임금피크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임금피크제 확산=신용보증기금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신보는 직원이 55세가 되면 부장, 지점장 등의 직책을 내놓고 채권추심, 법률소송 등 경륜과 노하우가 필요한 전문업무를 다루는 별정직으로 옮기는 ‘직군전환제와 54세 때 임금을 피크로 해서 55세부터 1년차 75%, 2년차 55%, 3년차 35% 등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임금커브제’ 등을 양 축으로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은 인사적체 해소 및 인력구조 조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자는 임금은 깎이더라도 정년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안정장치를 만들어 실업문제 해소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임금피크제는 금융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신보에 이어 기술신용보증기금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데 이어 우리은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임금피크 연령은 55세로 정했고, 59세까지 4년간 55세 임금에서 15∼30%씩 점차 확산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먼저 시작된 임금피크제는 생산성과 노동경쟁력을 가장 우선시하는 제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화학,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체의 노동조합은 고령 근로자에 대한 예우와 정년 연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변수가 되고 있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노동조합은 현재보다 정년을 1∼2년 더 연장하는데 단체협상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시급함을 주장하는 가운데 노동계에서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향후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