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산책로]우리 마스터님에게 박수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2 13:06

수정 2014.11.07 17:53



나는 일본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인데 요즘 보는 드라마 중 하나의 내용이 밑바닥에서 성공의 길로 가는 젊은이의 인생역정을 담은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이 젊은이가 평범한 사원에서 일약 간부급으로 오르게 되는데 보통 사람 같았으면 직위에다, 돈에다 누구나 기뻐할 일이겠지만 이 사람은 기뻐하지 않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간부가 되면 더욱 더 사장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야 하는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는데 자신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말 대단했다. ‘드라마라 뻥치고 있네. 쟤 미친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해가 갔다.

아니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았다. 사원에서의 마음가짐과 사원들을 바라보는 입장의 마음가짐은 틀리다. 사원들은 이해를 못 할지도 모르지만 사원들을 바라보는 사람은 이해가 갈 것이다.

며칠 전 실력이 뛰어난 골퍼가 라운드를 하던 중 초보 캐디에게 자신의 화풀이를 해서 캐디가 무서워 서브를 못하겠다고 해 캐디 체인지를 한 적이 있었다. 이 골퍼는 평소에도 80타를 넘지 않는 싱글핸디캐퍼였는데 첫홀부터 양파를 했단다. 캐디의 코스 설명이 부족해서 벌점을 많이 먹었다고 느낀 골퍼는 계속해서 비아냥거리며 화를 냈고 그 눈초리가 너무도 무서워 캐디는 달달 떨다가 경기실로 연락을 한 것이다.

캐디 체인지를 해주고 경기실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던 마스터님. 사실 마스터는 회사와 캐디의 중간자적 입장이다. 너무 회사의 편을 들어서도 안 되고 너무 캐디의 편을 들어서도 안 된다. 캐디의 입장에서라면 그 골퍼는 당장 퇴장시켜야 마땅하지만 골퍼의 입장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사실. 결국 플레이가 끝나고 그 골퍼를 경기실로 모셔서 차 한잔 대접하며 얘기를 했다.
그제야 골퍼도 자신의 행동이 지나쳤음을 시인하고 인정했다. 하지만 골퍼의 말만 들으면 신경질도 났을 법 했다.


어쨌든 결과는 그 골퍼는 다음에 방문할 때에는 멋진 매너를 보여주기로 약속하고 돌아갔다. 회사와 캐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잡은 우리 마스터님에게 박수를….

/윤미란(홍천 대명비발디파크CC 경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