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펀드 ‘양보다 질’/신현상기자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5 13:07

수정 2014.11.07 17:51



펀드 수탁액 200조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99년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면서 26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그때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증시 활성화의 원동력’ ‘경제 살리기의 초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경제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 규모의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한 금융당국자는 “펀드의 질적 미숙이 지난 2003년 SK텔레텍 분식 회계에 따른 카드 사태를 촉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펀드 수탁액의 증가는 바람직하지만 개수만 많은 소형 펀드 위주고 단기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편입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것은 불안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펀드 시장은 여전히 소형 펀드의 개수가 너무 많다.
펀드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닮은 꼴 신상품을 쏟아냈기 때문. 국내 펀드 수는 6600여개 그렇지만 수탁액 규모가 국내의 100배가 넘는 미국의 펀드 수는 고작 8000개에 불과하다. 펀드 운용역 1인당 관리 펀드 수도 평균 10개나 된다. 부실 운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펀드 규모가 작고 운용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점이다. 그만큼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 개당 평균 수탁액은 280억원이 조금 넘는다. 반면 미국은 1조9000억원, 일본은 1600억원이나 된다. 특히 펀드의 80% 이상이 3년 미만의 단기 펀드다. 장기 투자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 펀드 고객은 “펀드 수는 엄청나게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상품 설명을 듣고 나면 어느 상품이든 대동소이하고 장기 상품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래서 노후를 대비한 상품 선택이 정말 어렵다”고 아쉬움을 내비췄다. 국내 펀드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적이다.

올해 말 퇴직연금 제도가 시작된다. 퇴직연금 시장이 본격화되면 펀드 시장의 빅뱅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그 같은 심각성을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못느끼는 것 같다. 펀드의 대형화·전문화·전문인력 확충이 없이는 이 시장을 외국사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밖에 없다.
시장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후도 외국사가 관리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업계는 인식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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