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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내년부터 인텔칩 쓴다



애플 컴퓨터가 마침내 지난 20여년간 유지해온 IBM, 모토로라와의 관계를 접고 인텔칩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달 23일 애플이 인텔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WSJ, 뉴욕타임스(NYT), 정보기술(IT)업계 소식지인 C넷의 뉴스닷컴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중반께부터 저가 제품인 맥미니에, 오는 2007년 중반부터는 고가 제품인 파워맥에 인텔칩을 장착하기로 했다.

WSJ는 “애플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의 칩을 활용하게 되면 노트북 컴퓨터 판매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인 전력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산처리 속도도 빠르게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WSJ는 또 인텔칩 사용을 계기로 “애플이 인텔의 마케팅 보조금을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된다”며 “이는 마진이 작은 PC사업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그동안 IBM에 전력소모가 적고 부피가 작으며 가벼운 차세대 칩 G5를 개발해 공급할 것을 재촉했으나 IBM과 가격 등에서 이견을 보여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애플의 결정은 인텔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NYT는 “올 가을 마이크로소프트(MS)가 IBM칩을 장착해 출시할 예정인 새 X박스 비디오게임기인 ‘360’은 비디오게임뿐만 아니라 인터넷 연결,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디지털고화질(HD)TV 콘솔을 갖춘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고 있다”며 “1년여 전에 MS가 인텔을 버리고 IBM과 제휴, 자체 하드웨어를 만들기로 한 결정은 게임기 시장을 향후 성장시장으로 점찍어두고 있던 인텔에 타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이번에 MP3 시장에 돌풍을 몰고온 아이포드뿐만 아니라 그동안 PC 혁명을 주도해온 애플과 손잡게 됨으로써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퇴출되는 불상사를 막게 됐다는 것이다.

IBM에는 애플의 결정이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비록 IBM이 제공하는 칩이 애플 PC 절반에 들어가지만 IBM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도 미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분야에서도 애플 매출은 2%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IBM의 반도체 사업은 닌텐도, MS, 소니 등 비디오 게임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시스코 시스템스 등이 만드는 인터넷 라우터 컴퓨터, 퀄컴의 휴대폰용 반도체, 또 IBM의 자체 서버컴퓨터 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에 애플과 IBM이 결별하게 된 결정적 동기도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IBM에 차세대 반도체인 G5 공급단가를 낮춰줄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애플의 반도체 칩 전환결정 성공 여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성과에 달려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인텔 칩을 사용하게 되면 그동안 IBM이나 모토로라 자회사인 프리스케일의 칩을 토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들이 전면 수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인사이트 64’의 애널리스트인 네이선 브룩우드는 “소프트웨어 구조가 또 바뀔 경우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그대로 유지될지 회의적”이라며 “지금껏 애플이 이런 시도를 할 때마다 많은 고객들이 떠났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니드햄의 애널리스트 찰스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설득해 새 애플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공급받는 게 향후 성공 여부를 가름할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