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협력사 얌체장사…현금받고 납품하면서 하청업체엔 어음결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12 13:08

수정 2014.11.07 17:43



“대기업들이 현금결제 대상을 큰폭으로 늘렸으나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일뿐입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에 반도체 관련 용품을 납품하는 A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전액 현금결제를 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는 2개월짜리 어음결제를 계속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대기업의 현금결제는 결국 대기업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만 살찌울 뿐이지, 정작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업체(2차 협력업체)에는 그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으로부터 현금결제를 받은 협력업체들이 납품업체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어음결제를 계속하면서 대기업의 현금결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어음결제는 2, 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결제기간이 더 긴 어음이 발행되는 과거의 악순환을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LG전자, 포스코, SK 등 현금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 협력업체들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협력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현금결제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1차 협력업체의 현금결제를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기존 어음 결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당분간 결제방식이 바뀔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에서 현금으로 부품을 구매한 뒤 이를 조립해 협력업체에 납품하고 있다”며 “협력업체가 현금결제를 할 경우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은 물론 협력업체의 품질관리, 생산성 향상 등 현금결제를 통한 기대치가 당초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특히 현금결제를 받는 협력업체 중 상당수는 제품을 납품받은 뒤 대기업에 공급하는 단순 중간거래상 역할을 하고 있어 현금결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업계는 전체 대기업 협력업체의 20∼30%가량이 이 부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용품을 납품받아 삼성전자와 삼성건설 등에 공급하는 모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크다.

이처럼 중간거래상에 불과한 1차 협력업체들에 의해 현금결제 효과가 차단되면서 정작 품질관리,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2차 협력업체들이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금결제가 상생경영은 물론 품질관리, 생산성 향상, 내수진작 등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1차 협력업체들도 현금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들도 이들 협력업체의 현금결제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1차 협력업체에 대한 현금결제 효과를 배가시키기위해 1차 협력업체들의 현금결제를 독려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며 “대기업의 현금결제는 향후 현금결제가 빠른 속도로 사회에 퍼질 수 있는 모멘텀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