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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 회장 귀국]“총수 위기관리능력 중요”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13 13:08

수정 2014.11.07 17:42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을 바라보는 SK그룹의 시각은 남다르다.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서 그룹이 해체될 위기까지 몰리는 등 동병상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2003년 SK글로벌 사태가 불거지면서 제2의 대우가 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SK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구사해 점차 시장의 신임을 회복해갔다. 공중분해된 대우와 달리 SK는 역경을 딛고 정상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은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대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위기를 돌파해 온 순간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SK 관계자들은 ‘만약 최태원 회장이 해외로 도피해버렸다면 SK글로벌이 정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면… ” 등 풍전등화에 놓여 있던 기업의 상황을 되새겨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판부가 최회장에 대한 선고에서 잘못(過)은 있지만 공(功)을 인정, 관용을 베풀어 공과논란이 한창인 김 전 회장에 대해 어떻게 판결할지 주목되고 있다.

◇분식회계는 닮은꼴=김 전 회장의 조사가 진행돼야 정확한 혐의가 파악되겠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 97년, 98년 5개 계열사에 대해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해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0조원대의 불법대출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측도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분식회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10억여달러에 달하는 해외투자 이후 닥친 외환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자 회계연도 결산 과정에서 가공 자산 조작 및 차입금 누락 등의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하도록 지시했다.

SK도 지난 2003년 SK글로벌의 채무를 줄여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위기를 겪었다.

◇구조조정 효과는 달라=대우그룹은 지난 98년 12월 41개 계열사를 10개사로 감축하는 구조조정 세부계획, 99년 1월 ㈜대우의 부산 수영만 부지 매각 등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 4월 대우중공업 조선 부문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잇따라 발표, 위기 탈출을 모색했다.

이같은 구조조정노력이 시장에서 외면당하자 정부가 직접 나서 대우사태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채권단이 99년 8월26일 12개 주력 계열사에 대한 7억달러 지원과 함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전격 단행 방침을 발표했다. 같은 해 9월6일 ㈜대우, 대우자동차를 제외한 10개사가 은행관리에 돌입했다.

반면, SK는 인력조정, 해외지사 정리, 무역부문 사업재편은 물론 비수익사업정리, 금융권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적인 고수익 사업구조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총수대응이 그룹 장래 결정=대우그룹은 김 전 회장 보유주식 매각대금 3000억원을 출연키로 한데 이어 대우 사장단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대우그룹은 10조1000억원에 이르는 김회장의 전재산 담보라는 극약처방을 제시했다. 처분동의서도 제출했다.

SK㈜ 최회장도 2003년 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자 계열사 지분을 모두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처분 동의서까지 썼다. 당시 재계 3위였던 SK그룹의 위기는 바로 ‘제2의 대우’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양 그룹 총수의 최종적인 위기관리능력에서 그룹의 명암이 엇갈렸다.

대우그룹은 99년 10월 김 전 회장이 중국 옌타이의 자동차 공장 준공식에서 참석한 뒤 종적을 감췄다. 대우그룹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마침내 그룹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대우그룹은 해체를 맞게 됐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검찰의 조사에 응해 구속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환위복의 기회가 됐다.
재판부는 최근 열린 선고판결에서 혐의는 모두 인정되며 경영의 합리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대표적 기업가이고 손해가 모두 보전된 데다 지배구조개선노력을 참작, 관용을 베풀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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