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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앨리스가 본 ‘이상한 한국’/남상인 건설부동산부장(부국장)



앨리스는 시계를 들고 늦었다며 뛰어가는 토끼를 뒤쫓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다. 루이스 캐럴(1832∼1898)’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는 그곳에서 황당한 일을 하도 많이 겪어 이상한 일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본 한국은 또 다른 ‘이상한 나라’였다. 앨리스가 국회에서 만난 국무위원들은 의원들한테도 여간 교만하지 않았다. 의원을 대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데다 화까지 잘 내서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 했다. 특히 고위층의 막말은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심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가장 높은 사람한테 배웠거나 전염된 것 같았다.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이 과하면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문에 난 지지도는 별로였다.

앨리스는 누군가가 얘기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할 뻔 했다. 재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군사정권 때의 실세들 이상으로 거만했다. 과거사 들추기에 열중하다가 옛날 권위주의 정권을 닮는 것 같았다.

이상한 나라에서 본 “여왕의 장미정원에서 장미색을 바꾸기 위해 물감을 칠하는 카드 병정들과 툭하면 사형선고를 내리는 여왕”이 생각나 마음이 언짢았다.

앨리스는 한국의 건설부동산 정책도 이상했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는 정책수립 기관으로서 집값 안정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 두 기관 모두 상대방 치부 들추기와 네탓 싸움 전문이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세무조사와 세금중과, 금융지원축소 등을 무기로 시장에 맞서 해결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집값은 갈수록 오르고 정책은 기대와 다른 효과를 냈다. 지금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묘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공급확대 방안을 찾고 있다.

판교신도시 아파트를 분양하는 오는 11월은 국민적 축제의 달이 될 것 같다. 정부가 이곳 아파트 당첨자들에게 주택 외에 4조원가량의 프리미엄도 함께 배당해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임 정권에서부터 해오던 대형 국책사업도 툭하면 중단시켰다. 새만금사업이나 경부고속철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은 단식 전문가들 앞에서 맥을 못췄다. 경인운하, 한탄강 댐 건설 등 다른 계획사업도 비슷한 이유로 좌절됐다.

이런 정부가 행정복합도시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S 프로젝트, J 프로젝트 등 온통 단식 대상 프로젝트에 정권의 명운을 거는 것도 신기하다. 충남 연기·공주로의 부처 이전을 두고 처음부터 찬성과 반대로 갈려 싸우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훗날 누군가 공사중단을 요구하면서 굶으면 해결될 일을 두고 왜 벌써부터 서로 마음 상하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굶어서 중단된 공사 때문에 수백∼수천억원의 국민 혈세를 날렸지만 정부는 너무나 태연하다. 책임지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었다. 소수의 반대자들이 국책사업을 쉽게 뒤집는 것도 앨리스가 한국에서 맛본 이상함이었다.

예산낭비에 무신경한 정부가 건설업체들한테는 왜 그리 짠지 앨리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정부 시설공사의 낙찰률이 대부분 예정가격의 50∼60%선으로 업체가 입찰 때부터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예산을 절감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시공중에 다시 예산 낭비죄로 공사 관계자들을 툭하면 잡아들인다. 기업의 시공경비 절감 방안까지 문제삼고 있다.

이처럼 엄격한 정부가 정작 부도업체에는 혈세인 공적자금을 총동원해 도와준다. 훗날 회수 가능성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하다 못해 괴이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은 지난 4월 외국을 순방할 때 한국의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도이체방크의 마빈은 한국은 경제에 위기요소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이상 없다고만 외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과 인식간 괴리는 적절한 정책 실시를 미루게 해 가계·기업·투자자들의 손실만 커지게 한다”고 경고했다.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가을쯤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하지만 그도 경기회복에 대한 믿을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상한 일에 익숙해지면서도 점점 지쳐가고 있다.

앨리스도 누군가 앨리스…, 앨리스…하고 불러줘 이상한 나라에서 꾸는 생생한 꿈에서 깨어나고 싶다. 한국이 자신과 함께 거명되는 것도, 이상한 나라로 기억되는 것도 잊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