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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론]경기 침체와 부동산 과열/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저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반면 2%대에 그쳤던 지난 1·4분기 성장률에서 보는 것처럼 실물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성장엔진 역할을 하던 수출도 고유가와 원화 절상, 세계 경제 둔화로 성장 기여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는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현상을 해소해 나가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근로 의욕이나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지대하기 때문에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고려할 때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단지 일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데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 안정 목표에 충실해야지 일부 자산 시장을 조정하기 위해 동원하기에는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변수다. 현재 고유가인데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은 3%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금리마저 올린다면 미약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는 소비 회복세를 꺾어버릴 수 있다.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전국의 실업률을 높이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린다면 2∼3%포인트 혹은 그 이상으로 올려야 할 텐데 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단기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장기 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는 퍼즐과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경기가 급랭해 실업률이 오르고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과연 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만약 이 경우에 다시 금리를 내린다면 그야말로 금리 정책은 일관성을 잃은 채 표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간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축소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금리는 경기와 인플레 압력을 충실히 반영해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날 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 정부가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심리를 잡는 것이다. 무엇보다 양질의 주거 환경과 중대형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공급 대책을 추진해 나간다면 건설경기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비정상적인 부동산 과열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급 대책과 함께 부동산 세제도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거래를 위축시키고 가격 전가로 이어지는 부동산 거래세는 줄이고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보유세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세제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투기를 막는 데에는 일조할 수 있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아우르는 정책들을 펼쳐 나가되 정치권의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여야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장기간 지속될 지 알 수 없고 투자 심리를 잠재우기도 어렵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과 정치적 압력이 높아질수록 여야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경제 논리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시장 원리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다소 시간이 걸리고 일부 피해자가 나오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 기업 투자의 부진에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돈은 다른 투자 기회를 찾아 계속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실물 부문에서의 투자 수익률이 높아져서 금리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주식과 같은 자산이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건전한 투자 기회가 없을 때 투기 바람은 대상이 되는 자산만 바뀔 뿐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