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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넘어 블루오션으로]‘묻지마’소액대출→연체 악순환



#1 충북의 C저축은행은 최근 서울 아파트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높이고 24시간 이내에 대출해 주겠다며 공격적인 세일즈에 한창이다. 금리는 7.5%까지 끌어내렸다.

전남의 D저축은행은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후순위 담보대출 시행에 들어갔다. 1인당 1000만원 이상 대출해주며 1순위 고객은 8%대, 2순위 대출은 12.9%를 적용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다른 대출시장에 비해 환금성이 좋아 담보가치가 높은 아파트에 눈을 돌린 것. 이 은행 관계자는 “돈 굴릴 데 없는 저축은행들이 담보비율을 높이고 금리를 낮춰서라도 대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2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민원이 눈에 띄게 많다. ‘상호저축은행은 고리대금업체다’, ‘서류상 회사를 내세워 고객 돈을 함부로 운용한다’, ‘예금채권 지급을 뚜렷한 이유없이 거절한다’는 등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시한폭탄 같은 부실을 안은 채 경쟁의 딜레마에 빠져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서민금융기관(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농·수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들의 ‘자화상’이다. 금융환경은 대형유통점 형태로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구멍가게’식 영업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레드오션에서 허덕이고 있다.

◇“상호금융 변화에 둔감…경쟁력 상실”=서민금융기관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몸집을 상당히 줄였다. 지난 97년 231개이던 상호저축은행은 지난 5월 말 현재 108개(영업정지 4개 제외), 같은 기간 1666개이던 신협은 지난 3월 말 1064개로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부 건전성이 강화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금융기관이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금융불안의 뇌관’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들과 영업 영역이 겹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담보대출에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03년 8175명, 2004년 8855명이던 대출모집인 수가 지난 5월 9044명으로 치솟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내부 부실이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대출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2.1%포인트 상승한 25.0%로 계속 상승추세다. 부실여신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 여신비율 역시 3월 말에는 14.9%로 올랐다. 300만원 이하 ‘묻지마’ 소액대출의 연체율은 3월 말 현재 무려 66.1%에 달한다.

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전횡으로 인한 부실과 도미노 퇴출사태가 말해주듯 지배구조가 취약하다. 이런 가운데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출혈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

금감원 이정하 상호저축은행감독팀장은 “상호은행 직원들은 아파트 담보대출이 안전하다거나 연체율이 20% 이상은 돼야 연체이자를 받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식의 낡은 사고에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대출의존적인 수익구조, 신용도 낮은 고객층 등 구조적 맹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협 등 경영개선 고삐 죄야=신협, 농협 등도 경영개선의 고삐를 더욱 죄야 할 형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협의 지난해 12월 말 연체율은 15.7%로 다른 상호금융기관 평균 연체율(10%)을 훨씬 웃돌고 있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단위신협의 여유자금을 운용중인 중앙회도 전반적으로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면서 “합병 등 구조조정 유도와 함께 수신이 급증한 기관에 대한 상시감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격인 대부업의 사정은 지난 3년간 대부업법 시행 등의 노력에도 불구, 양성화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만9400여개의 등록업체 중 40%인 7760여개가 자진폐업했다. 문제는 이들의 상당수가 음성화돼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점이다.

금감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설문조사 결과 금리상한선인 66%를 냈다는 소비자는 15%에 불과했으며 평균금리가 230%에 달했다”고 말했다.

◇기능 재정립 ‘큰그림’ 구상도=서민금융회사의 기능 정상화를 위해 감독당국이 고민중인 방향은 부실 발생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건전성 감독 강화, 구조조정의 추진 등 크게 두 가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단기 대응방침’ 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벤처전문저축은행’식의 전문화된 은행으로의 유도, 정책자금 취급 허용, 동일지역 서민금융기관의 ‘합종연횡’ 등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연구위원은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상당수가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수신의 상당부분을 고액자산가에게 의존하고 있는 점에서 봤을 때 서민금융회사로 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면서 “서민금융사의 기능 재정립에 관한 중장기적인 대책부터 짜야 한다”고 권고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고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