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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창간 5주년-블루오션 전략]강혜구 VIAC대표…‘경쟁의 피바다’를 벗어나라

장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2 13:11

수정 2014.11.07 17:33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블루오션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나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경쟁이 치열한 피바다(레드오션)를 버리고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신천지인 푸른바다(블루오션)를 찾아 나서야 한다. 본지는 창간 5주년을 맞아 '블루오션 전략'을 주창한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의 한국측 파트너를 맡고 있는 ㈜가치혁신실행연구소(VIAC) 강혜구 대표의 특별기고와 지난 90년대 초 좌초위기에 몰렸다가 블루오션 전략을 채택, 위대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필립스 전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유럽 연합(EU)의 확대, 각 나라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무역장벽 철폐가 가속화되며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국가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인직접 투자(FDI) 유치를 위해 많은 나라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던지며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지만 이런 상황에서 독특한 메리트가 없으면 그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차별화를 강조하는 지방 자치 단체들의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이 결국 철회되었지만 그런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보면 영세 자영업자들간에도 피 튀기는 경쟁싸움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장기 실업자와 조기 퇴직자들이 유사 업종 창업은 이미 짙은 붉은 색의 레드오션 공간을 경쟁의 격전지로 만들고 있다.

90년 대 중반 프랑스 인시아드 유럽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주창한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혁신적 가치 창출을 바탕으로 한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의 경쟁전략과 확연히 구별된다. 경쟁력 우위 확보가 레드오션 공간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블루오션 창출을 위해서는 가치혁신이 요구된다.

지난 해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HBR)는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가치혁신:고성장의 전략적 논리’ 논문(1997년 발표)을 지속적 고성과 고수익 창출 베스트 파이브 논문으로 선정하며 블루오션 전략의 특징을 ‘비용우위(Cost leadership)와 차별화(Differenciation) 추구가 동시에 가능한 전략’이라고 했다.

기존의 경쟁전략에서 비용우위와 차별화는 상쇄관계로 기업은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원가절감과 프로세스 개선, 생산성 향상 같은 경영 기법을 통해 비용우위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경쟁업체와 다른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다.

국가 전략에서도 마찬가지다. 저비용으로 가치 창출이 가능한 블루오션 전략은 가치혁신을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 후진국이라는 산업적 환경 조건을 뛰어 넘게 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가치혁신 전략을 국가 전략으로 도입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싱가포르에 두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세계 최대 생산지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이전하며 산업 공동화 초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거대한 이웃국가 중국과 인도의 성장은 싱가포르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있어서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국가로서의 경쟁력 우위도 점점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게다가 출산률 저하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지난 해 3월 싱가포르는 정부 조직내 가치혁신실행단(Value Innovation ActionTank)을 설립하고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를 평생 명예 이사로 추대했다. 매년 스위스 IMD가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 항상 상위를 차지하는 싱가포르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의 국가 미래 전략이 필요했다.

이처럼 블루오션 전략은 가치혁신을 통해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다. 블루오션으로의 항해를 위한 첫 걸음은 경쟁 자체를 무관하게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다. 그에 대한 방법론으로 가치혁신 전략은 ‘가치창출 6가지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그러나 새롭고 산뜻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만으로는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없다. 최근 불루오션 전략이 화제가 되며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블루오션은 단순한 발상전환 아이디어 경영기법이 결코 아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인튜이트 퀵큰, 랄프 로렌 패션 등은 최첨단 기술도 아니며 특허 기술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미투 상품 추종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이유는 블루오션 전략 자체에 모방을 따돌리는 매트릭스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 주창자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블루오션이 되려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완벽한 전략으로 수립되어야 하며 이어 그 전략 실행이 전략화 되어야 한다.

‘벤처 캐피탈리스트 컨퍼런스’가 열린 지난 6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1400여명의 벤처 기업가와 벤처 투자가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주제로 한 행사에 참석했다. 김위찬 교수의 기조 연설이 끝난 후 실리콘밸리에서 온 한 참석자는 “실리콘밸리가 블루오션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루에도 수 십건의 뛰어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니 실리콘밸리 자체가 블루오션의 덩어리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그의 질문에 아주 간단하게 ‘노’라고 답했다. 끊임없이 참신하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오는 실리콘밸리이지만 시장 성공률이 전체 14%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블루오션이라 부를 수 있냐고 반문했다. 즉 전체 사업 아이디어의 86%가 실패를 하니 반짝이는 아이디어 자체만으로 블루오션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인의 천재적 아이디어가 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멋진 전략 수립을 하고도 전략 실행에 실패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와 마보안 교수가 자신들의 저서에서 주장하듯 블루오션 전략은 기업 이익(저비용), 구매자 가치(차별화), 회사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라는 세 요소가 잘 정열돼 동시에 실행될 때에만 실제 블루오션 공간 창출이 가능하다.

한국은 참여정부 출범이래 물류허브, 금융허브, R&D허브 등을 골자로 한 동북아 중심 국가 전략 수립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시적인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화 전략이나 외자유치 정책 역시 주변국과 차별성이 없다. 아직도 우리는 경쟁에 중점을 둔 모방전략에 주력하며 앞선 선진국들의 정책 벤치마킹에 바쁘다.

르네 마보안 교수는 경쟁자를 벤치마킹해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는 경쟁전략 기법이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경쟁전략은 특정 경쟁자 능가라는 목표가 있을 때 가능하다. 경쟁전략 덕분에 90년 대 세계 최고의 수준에 달한 일본은 벤치마킹 모델 대상이 사라지자 전략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되었다. 마보안 교수는 한국도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력이나 해외 시장 경쟁력은 남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개도국 수준이 아닌 한국이 머지 않아 경쟁 목표를 달성할 때 일본과 유사한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의 전략을 경쟁에서 가치창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마보안 교수의 설명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은 결국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유례없는 가치 창출로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다. 국가 전략 역시 새로운 개념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한국은 하루 빨리 경쟁 중심,선진국 모방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가치창출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강혜구 VIAC 코리아(한국가치혁신실행연구소) 대표 bellissima@via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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