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지방자치 10년]표의식 선심행정 난개발 불러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8 13:28

수정 2014.11.07 17:20



민선 지방자치는 관선 때보다 행정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단체장들이 동분서주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독선과 비효율적인 재정운용과 선심성 행정,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이를 풀려는 지자체장의 대립 등 민선 자치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를 상당히 많이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선심행정=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제도중 가장 악화된 점 5가지를 조사한 결과 1위가 선심성 행사(20.70%)였다. 이어 난개발(18.96%), 지역경제 편차(13.64%), 지역이기주의(12.27%), 지방공무원의 타성적 행동(10.26%)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선심성 행정과 이에 따른 난개발이 꼽힌다. 지방재정이 구조적으로 취약한데도 단체장들은 표를 의식해 공사 허가를 내주거나 신청사를 짓는 경쟁을 일삼았다.


연간 예산이 1700억원인 서울의 한 구청이 연간 재정의 절반수준인 87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구청 신사옥을 건설, 재정악화를 초래한 것이나 부산의 다른 구청도 예산이 570여억원에 불과한데도 338억원을 들여 구청을 건립한 게 단적인 예다.

민선 이후 10년간 20개 지자체 가운데 54곳이 새 청사를 지었고 앞으로 10여곳이 청사를 새로 지을 태세다. 때문에 지방에는 운동장처럼 넓은 사무실을 갖춘 대궐청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견제 부재=이처럼 무리한 대형사업의 추진은 지자체장의 권한 집중을 견제할 수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자치단체장의 위법·부당한 사례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나 견제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로선 투표권자인 지역 주민이 차기 선거에서 정치적인 책임을 묻거나 비적법 행위에 대한 의법 조치외에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각종 비위를 저질러 사법당국에 처벌받는 단체장들의 숫자도 대폭 늘었다. 지난 95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기소된 단체장은 무려 142명이다. 1기에 23명, 2기에 59명, 3기에 60명이다.142명중 근 절반인 67명이 각종 사업이나 인사를 둘러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단체장은 지역토호와 유착해 마땅히 해야할 단속을 하지 않는 ‘행정이완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한 광역단체의 경우 청소년 유해업소 단속률에 있어 시단속반 적발률은 11.7%인데 비해 해당 자치구는 0.4∼1.2%에 불과하다.

견제 부재는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워 국책사업에 차질을 낳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갈등을 지자체가 부채질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3년 핵폐기장 건립과 관련한 전북 부안사태가 대표적이다. 중앙정부는 부안에 핵폐기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밖에도 지방의회와 결탁한 일부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전횡, 지방행정의 과도한 정치화 경향, 일부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행태 등은 지방자치발전의 저해요인으로 꼽힌다.

◇규제도 지자체 발전 걸림돌=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인 ‘분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중앙정부가 인사, 예산 및 인허가 등 규제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2로 열악한 상황이며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으면 항목마다 ‘꼬리표’가 붙어있어 예산 편성에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대가 지자체가 거두는 지방세는 거래세와 보유세로 이뤄져 거래세의 경우 등록?취득세가 중심이 돼 경기가 침체하면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지방정부의 재정악화 원인이 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각종 규제로 신음하는 대표적인 지자체. 손학규 지사는 “중앙정부에 의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자치단체장이 자율로 소신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수도권이 아니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국내 첨단대기업에 대해서도 수도권 투자를 제한해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유보돼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dikim@fnnews.com 김두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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